1천여 주민들 피켓들고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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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총기난사 피해자 장례식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헌화하고 있다.

총기난사 피해자 장례식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향해

미 역사상 최악의 유대인 증오범죄로 기록된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시내 유대인 시너고그(회당) 총기난사 피해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민들의 따뜻한 환영은 커녕 ‘싸늘한’ 민심만을 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과 선동의 언어를 계속해 온 것이 ‘우파 극단주의자’들을 부추겼고, 그것이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는 일부 언론의 분석에 적지 않은 주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30일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 및 장녀 이방카 내외와 함께 이날 희생자 장례식이 열린 피츠버그시내 ‘트리 오브 라이프’ 유대인 회당을 찾았다. 먼저 대기실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한 촛불을 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사건 당시 예배를 주재했던 랍비 제프리 마이어스의 안내로 회당을 나가 희생자들을 기리는 백색 유대인 별 모양 앞에 유대식 매장 풍습에 따라 돌멩이 하나씩을 놓았다. 멜라니아 여사는 꽃 한 송이씩을 올려놓았고, 그 뒤를 유대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그와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한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따랐다.

그러나 장례식장 주변에 처진 경찰 저지선 근처로 모여든 약 1천명의 시위대 사이에서는 “말이 중요하다”(Words Matter), “트럼프, 집으로 가라”(Trump, go home!), “더 이상 증오는 안된다”(No more hate)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일부 주민은 “모두를 환영합니다”(All are welcome!)라는 지지 피켓을 들기도 했다. 한 시민은 “우리는 당신을 여기에 초대하지 않았다”고 외쳤다. 회당 소재지인 스쿼럴힐 주민들도 트럼프의 방문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폴 카베리(55)는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희생자들이 묻힐 때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그가 (이번 사건의) 방아쇠를 당기진 않았지만,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그의 장황함과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은퇴한 대학 교수 출신인 마리안 노비(73)도 “그의 언어는 증오와 이민자들에 대한 분노를 조장해왔고, 이것이 이 사람들이 살해된 이유 중 일부”라고 비판했다. 반면, 스쿼럴힐에서 자영업을 하는 데이비드 드비르(52)는 “그가 몇몇 실수를 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는 위대한 대통령”이라며 “우리 커뮤니티가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장례식 인근 도로변에서 트럼프 대통령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상당수 주민의 반감을 고려한 듯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여야가 당파를 떠나 ‘한마음’으로 외면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피츠버그 외곽 공항에 내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대통령이 방문할 때면 으레 공항에 나가 영접하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나 고위관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의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선약 등을 들어 방문 동행 초청을 모두 거절했다고 WP와 CNN방송 등 언론들이 전했다. 펜실베니아주 톰 울프 주지사도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지역사회 지도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번 방문에 동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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