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마일리지 한 달 후엔 증발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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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국적항공사가 부여했던 항공사 마일리지 중 올해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 자동 소멸이 예정된 가운데 마일리지 사용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한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연합]

국적항공사 ‘유효기간제’에 한인들 씁쓸
미국 내에선 사용처 극히 제한돼 더 불만
‘자투리+현금’ 결제 도입에 그나마 작은 기대

“2009년에 받은 마일리지, 결국엔 써 보지 못하고 없어지겠네요.” 한인 K모(59)씨의 말이다. K씨는 국적항공사를 이용하면서 쌓아 놓은 마일리지가 1만 마일이 조금 넘는다고 했다. 1만 마일의 마일리지 가지고는 사용할 데가 없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K씨는 “자투리 마일리지는 아무데도 쓸 데가 없는 게 문제”라며 “마치 줬다가 뺏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2009년에 국적항공사를 이용하면서 받은 항공사 마일리지는 올해 말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 자동 소멸된다. 이제 한 달하고도 며칠 남지 않은 시간에 한인들이 남은 마일리지를 쓰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마일리지 소멸 시기가 다시 다가오면서 국적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인들 사이에서 항공사 마일리지와 관련된 불만과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유효기간 10년 만료제에 따라 올해부터 실시돼 이미 ‘예상됐던’ 소멸이지만 한인들의 불만이 계속되는 것은 미국 내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항공권 구입이나 좌석 승급 이외에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 그렇다고 한국에 자주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일리지 항공권은 ‘하늘의 별따기’다.
더욱이 ‘자투리 마일리지’를 가지고는 항공권 구입에도 사용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다 보니 한인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적항공사들은 마일리지에 유효 기간을 두는 이유는 뭘까?
국적항공사 입장에서 보면 마일리지는 회계상 부채에 속한다.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항공사의 부채는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대한항공은 올 9월 기준으로 마일리지에 따른 부채가 2조3,111억원이고 아시아나항공은 7,238억원이다. 반면 소멸되는 마일리지는 국적항공사에게는 수입이 된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멸 제도를 고수하려는 국적항공사의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소비자인 한인들은 마일리지를 단골 고객에 대한 우대 정책으로 생각하다 보니 마일리지를 놓고 입장 차이가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와 현금을 함께 사용해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복합결제’를 이르면 내년도 하반기쯤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복합결제 시범 운영을 담은 마일리지 제도 개선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완료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복합결제가 도입되면 마일리지가 부족해도 나머지를 현금으로 결제해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어 자투리 마일리지에 대한 불만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한인들의 불만은 남아 있다.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 사용처가 제한돼 ‘역차별’이라는 한인들의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국적항공사들의 개선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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