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법망 피한 김학의, 뇌물혐의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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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서재훈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으로부터 뇌물과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2013년 ‘별장 성접대 동영상’ 파문 이후 6년 동안 법의 심판을 받지 않던 그가 전담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의 수사 착수 45일만에 구치소행 버스에 탄 것이다. 김 전 차관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도 순조롭게 막바지로 접어들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영장 발부는 핵심 혐의인 1억원의 제3자 뇌물죄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구속영장은 우선 범죄에 대한 소명이 이뤄져야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을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김 전 차관의 경우 앞선 해외 도피 시도와 윤씨 등 사건 핵심 관계자에 대한 회유 정황, 사안의 중대성 등은 이미 명백한 상황이었다.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제3자 뇌물죄만 법원이 인정하면 발부는 무리가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김 전 차관이 실질심사를 통해 끝까지 물고 늘어진 법률적 쟁점은 향후 정식 재판에서 다뤄지게 됐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심사장에서 “검찰의 제3자 뇌물죄 적용은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고, 사업가 최씨 사건과 관련된 혐의는 별건 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오랜 신뢰 관계와 민원 해결 정황이 명백해 제3자 뇌물도 자연스럽게 적용이 가능하다”며 “향후 법정에서 제3자 뇌물의 액수와 성격, 청탁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의 가장 큰 산을 넘은 검찰은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검찰은 향후 구속된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영장에 적시하지 못한 별장 성범죄 관련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앞선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에서 성사되지 못한 윤씨 및 피해여성들과의 대질 심문도 다시 적극 검토키로 했다. 수사단 관계자는 “이번 달 안에 성범죄 관련 수사도 마무리해 최대한 빨리 김 전 차관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2007~2008년 윤씨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을 비롯해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2007년 “승진을 도와준 인사에게 성의표시를 하라”는 명목으로 윤씨에게 500만원을 받고, 명절 떡값 등으로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08년 초에는 윤씨의 별장에 걸려 있던 감정가 1,000만원 상당의 서양화를 받았으며, 2007∼2011년에는 또 다른 사업가 최모씨에게서 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도 파악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 전 차관은 성폭력 피해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죄)도 받고 있다. 이씨가 1억원의 이익을 대신 얻도록 하고, 1억원 포기 대가로 윤씨에게 편의를 봐 줬다는 의혹이다. 다만 검찰은 ‘별장 동영상’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혐의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빼고, 윤씨의 주선으로 100여 차례 이상 성접대를 받은 것만 뇌물로 간주해 영장을 청구했다.<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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