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웅(문학평론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던(9월20-23일) 국제PEN한국본부 주최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대회 장소가 지진 발생지역 때문인지 작년에 비해 다소 참가 인원이 줄어든 듯싶었지만, 그래도 국내외 한글작가들이 400여명이 모여 “한글문학, 세계로 가다”라는 주제로 모국어의 지역성과 세계성, 그리고 세계 한글문학의 오늘과 내일, 한글문학의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진지하게 발표, 토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흥미있는 사실은, 모국의 문단이 한민족 디아스포라(Diaspora) 문학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민 역사와 더불어 재외동포문학의 토대(土臺)가 그만큼 다져지고, 문학적 격조(隔阻)가 또한 높아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나성에서 ‘미주문학’(Korean American Literature) 창간호가 발간되던 해가 1982년 겨울이었는데, 이 시기를 전후(1980-1999)해서 미주에서 한글로 창작 발표되었던 작품들의 화두는 고달픈 이민 생활과 문화 충격에 따른 신변잡기적인 애환의 넋두리와 떠나온 고향에 대한 감상적 향수(鄕愁)였다. 주목할 사실은 새천년(2000) 시대를 맞이하여 미주에서 한글 작품 활동을 하는 1 세대 문인들의 의식 구조가 종래의 모국 지향적인 콤플렉스에서 점차 탈피하여 미주한인문학이 자생(自生)할 수 있다는 자긍심(Sel-esteem)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동시에 Chang-Rae Lee나 Susan Choi와 같은 영어권에 속한 2세대 작가들의 등장으로 미주한인문학이  미 주류 사회에 새로이 둥지를 틀고 확장될 수 있는 전환적 계기를 맞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시기에 나타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미 1931년에 강용흘(Younghill Kang)의 자전적 장편 소설 ‘초당’(The Grass Roof)이 뉴욕의 일류 출판사 Charles Scribner’s Sons에서 출간되어 같은 해 출간된 펄 벅(Pearl Buck)의 ‘대지’(The Good Earth)와 더불어 Best Top Seller 명단에 올랐고, 1956년 김용익(Kim Yong-Ik)의 ‘꽃신’(The Wedding Shoes)은 Harper Magazine을 통해 미 문단에 화려하게 등단하였고, 1964년 김은국(Richard Kim)의 ‘순교자’(The Martyred)는 펄 벅의 극찬과 더불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찬란한 미주한인문학의 역사가 있음을 우리는 결코 간과(看過)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04년 여름호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작품으로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28세의 영국인 Deborah Smith의 번역으로 맨부커 수상작(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으로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각광(脚光)을 받고 있다. 따라서 재미한인작가들은 굳이 한글로 작품을 써야 된다는 고정 관념에 사로 잡혀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한국 역사와 문화를 기저(基底)로 한 가장 한국적인 글감과 소재를 발굴하여 보편적 지구촌 문학으로 형상화 시킬 수 있는 작가적 기량과 안목을 향상(向上)시키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 할 때 비로소 미주한인문학의 가능성과 밝은 미래가 다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