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색채의 마술사 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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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

집사람이 즐겨보는 지나간 한국 TV 연속극을 언젠가 옆에서 우연히 보자니까 극중 인물들이 실제로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렸던 샤갈 전시회 현장에 가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연기를 촬영한 스토리의 한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마침 국제학술대회 참석 차 한국에 나가있던 때가 바로 전시기간 중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정동에 있는 미술관에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미술 전시회를 직접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모처럼 찾아간 샤갈 전은 여름 방학 기간이라서 그런지 일반인 관객보다는 초등학생들과 학부형들로 온통 혼잡스럽게 붐벼댔고, ‘비테프스크 위의 누드’라던가 ‘파랑 풍경 속의 부부’ 같은 그의 유명한 유화 주변에는 떠날 줄 모르는 관람객들로 둘러 쌓여있어 제대로 감상하기조차가 힘들었다.

샤갈(1887-1985)은 러시아의 가난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1910년대 파리체류를 통해 야수주의(Fauvism)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주의(Cubism)의 새로운 공간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 98세의 오랜 삶을 통해 동심으로부터 몽환적 환상과 초현실적인 이미지, 그리고 구원의 희망을 담은 성서에서 영감을 받아 수많은 작품을 현란한 색채와 형상으로 독특한 회화세계를 구축한 그는 피카소가 말한 것처럼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색채 화가”로 추앙 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옛날 한국에 있을 때 샤갈의 작품을 고작 화집을 통해 처음 대하게되었던 나로서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다시 서울에서 샤갈의 귀중한 유화와 석판화 등 대표작 120 여 점을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시카고 역시 1946년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뉴욕에 이어 대규모 샤갈 회고전이 열렸다니까 그와는 인연이 깊다 하겠다. 또한 피카소가 1967년 시카고 시에 기증했다는 커다란 철제 조형작품이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되어있고, “The Four Season”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샤갈의 70 피이트 짜리 대형 모자이크 작품이 1974년 다운타운 뱅크 플라자 광장에 세워져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피카소는 생전에 시카고엘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고, 그가 기증한 조형물도 그 작품명을 끝내 밝히지를 않아서 보는 사람마다 억측(臆測)이 구구하지만, 샤갈은 1957년 2월 시카고 대학의 초청으로 시카고에 와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강연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1979년에는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하여 시카고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그의 유명한 Stained Glass 작품 ‘The American Windows’가 영구 설치되었다.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일컬어지는 샤갈의 주된 컬러는 파랑과 빨강 색이고, 녹색과 노랑도 그가 즐겨 쓰는 색상인데, 빨강은 그의 삶에 대한 애착을, 파랑은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데, 바로 우리가 즐겨 보는 시카고의 스테인드 글래스 작품이 파랑 색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대표적 작품 중의 하나이다. 샤갈은 특히 미국 망명 시절(1941-1948) 그가 미국사회에서 맘껏 누렸던 종교적, 문화적 자유(Freedom)에 대하여 항상 감사하면서, 그의 예술 작품 속에 구현하려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