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성탄(聖誕)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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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신약 복음서가 전해주는 예수 탄생의 기록을 살펴보면,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애초의 목가적 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천상과 지상에서 그 못지않은 반역과 파멸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이 성탄과 동시에 움트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천상에서는 대천사장 Lucifer가 야훼의 독생자가 메시야로 선포된 것에 대한 시새움으로 천사군단 2/3를 규합하여 반역을 도모하다 추방당하여 무저갱(無底坑) 속으로 떨어지고(John Milton의 대서사시 ‘실락원’(Paradise Lost)의 주제이기도하다), 지상 유대 땅 베들레헴에서는 폭군 헤롯 안티파터의 명령으로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이 살해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벌어진다. 당시 B. C. 6년경 이 지경에서는 가끔 메시아의 출현에 관한 풍문이 나돌아 유아 학살 사건이 몇 차례 실제 있었던 모양으로, 그 해에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어린 아기는, 2000여명의 당시 베들레헴 인구로 미루어 30명쯤 추산되지만, 실지 학살의 참변을 당한 남아 수는 그 절반이었으리라고 엔도슈샥(薳藤周作)은 어림한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까뮈는 ‘전락’(轉落)에서 예수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은 바로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책임, 다시 말해서 자기 때문에 무고히 죽임을 당한 유아들에 대한 속죄 행위였다고 묘한 논리를 펴고 있다.

원래 처녀 수태는 이사야 선지의 “처녀가 잉태하여—”라는 성구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히브리 원어가 숫처녀를 지칭하는 “베툴나”(bethul-tha)가 아니라 결혼했을 수도 있는, 또는 결혼 적령기의 젊은 여자란 뜻의 “알마”(Al-mah)로 표기된 것을 보면, 아마도 공관 복음서에 “동정녀”가 강조된 것은, ‘역사적 예수’가 소위 ‘케류그마틱 예수’로 전환되는 초대 교회의 형성 과정과 함께  성모 마리아에로 신격화가 부연된 것일 터이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서신에서 “여자에게서 태어나게 되었으며, 율법 아래 있게 되었습니다.(out of woman under the law)”라고 심중의 생각을 털어 내어 기술(記述)하고 있다. 전승(傳承)에 의하면 갈릴리 시골 처녀 미리암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14살쯤에 착실한 유대교 신자인 목수 요셉과 정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Mishnah에 기록된 당시의 관습으로 남자는 25살이 넘기 전에는 혼약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요셉과 미리암의 연령 차이는 적어도 11살은 되었으리라 추측되며, 또한 약혼은 매우 엄한 것이어서 처녀가 혼전에 아이를 배면 파혼과 동시에 길거리에서 돌로 쳐 죽임을 당하게 되는 중죄에 해당된다. 때문에 천사장 가브리엘이 올림포스의 전령의 신 헤르메스 인양 두 번씩이나 두 연인들에게 화급하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 마치 희랍 극예술에서 난처한 국면을 해결키 위한 ‘deus ex machina’를 방불케 한다. 예수 역시 기구한 말구유의 탄생에서부터 십자가 처형에  이르기까지 사악한 로마의 권세에 시달림을 받는다.

사실 예수의 탄생에서부터 20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는 끊임없는 환난과 분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온 누리를 변함없이 비추듯이 지구촌에 대한 하늘의 은총의 섭리가 극명하게 구현된 것이 바로 성탄(聖誕)이라는 신비스런 역사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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