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고(故) 김주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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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지난 주 목요일(3/28) 김주성 화백의 갑작스런 별세(別世) 소식은,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이고도 애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 바로 일주 전에 김 화백을 그의 미술학원에서 만나 한국 출판사에서 유월(六月)경에 간행(刊行)하려는 그의 희곡(戱曲)작품들을 읽고 돌려주면서 출간(出刊) 추천서를 4월 초순까지 써 줄 것을 약속하고 축사(祝辭)를 구상(構想)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훌쩍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이 나에게는 실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김주성 화백은 지병(持病)인 신부전(腎不全)으로 30여 년 간 매주 혈액투석(血液透析)을 해야 하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작품 활동과 개인 전시회를 열고, 또한 시카고한인미술협회장과 문화회관 아트 갤러리 관장으로 재직 봉사하면서 미술과 관련된 일을 놓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는 생전에 17번의 개인미술전과 70여회의 그룹전시회에 참여했으며, 시카고한국일보에 2006년에서 2014년까지 8년간 한국화가 42명과 프랑스 인상파 작가 10명 등, 총 52명의 미술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하였다. 나는 김 화백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기적(奇蹟)의 사나이”라고 불렀고 그는 “기저귀 사나이 라니!” 우스개말을 서로 주고받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김 화백을 알 게 된 것은, 시카고한인예술가협회 창립멤버로서 1987년 시카고에서는 최초로 매더하이스쿨에서 공연한 ‘춘향전’을 계기로 그를 알게 되었는데, 그는 변사또 역을 아주 코믹하고 인상 깊게 연기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그는 미술 분야만이 아니라  극작가 및 연출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김주성 화백이 출간하려던 희곡집은 워크샵 공연 작품을 포함 그동안(1982-2018) 그가 창작한 10여 편의 희곡과 모노드라마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특히 ‘대화’(2016)와 ‘야누스’(2005) 작품이 특히 흥미와 눈길을 끌었다.

‘야누스’는 고대 로마 신화의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문지기 신(神) 야누스(Janus)를 제목으로 빌려, 자살을 시도하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가, 나, 다, 라 4개의 분신(分身)으로 의인화(擬人化)시켜 익살스럽게 살펴보는 작품이며, ‘대화’는  5월의 중순 어느 날 호남선 열차 안에서 70대 초반과 60대 후반의 두 여주인공이 대화로 시작되는 이 연극은, 무궁무진하게 배경이 두 여주인공의 대화 속에서 시카고와 평안도 정주까지 확대 넓혀지면서 등장인물들도 다양해지는데, 특히 1920년대 시카고미술관에 유학 졸업 후 예일(Yale)대 미술대학에 3학년으로 편입 드로잉과 유화(油畵)를 전공 수석으로 졸업, 유럽 일주를 한 뒤 고향인 정주 오산학교에 부임해서 영어와 미술을 가리키며 화가 이중섭의 스승인 된 임용련(任用璉)도 나오고,  두 여주인공 아들들도 결국 광주 5.16사건에 희생당한다는 줄거리로, 시사적(時事的) 이슈를 다룬 작품으로 주인공과 무대 장치, 연출(演出)도 단출하므로 희곡집이 출간되면 기념으로 ‘대화’를 공연해 시카고동포사회에 연극 열풍을 한번 일으켜보자고 주인공 여자들을 찾아보자는 계획까지 김 화백과 했었다. 삼가 김주성 화백의 명복(冥福)을 빈다. 하늘의 크신 은총 속에서 평안히 고이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