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애거서 크리스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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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대학강단(講壇)에서 영문학사 시간에 Agatha Christie(1890-1976)는 대중추리작가라는 이유로 동시대의 다른 여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나 캐서린 맨스필드 보다 무척 소홀한 대우를 받고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녀의 탐정 소설은 무려 100여 언어로 번역, 이제껏 일억 권 이상이 판매되어 바이블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 셀러 작가로 간주되고 있다. 그녀는 또한 70여 장편 추리 소설이외에 단편소설과 희곡도 몇 편 남겼는데, 희곡 ‘The Mousetrap'(1952)은 런던 앰배서더 극장에서 무려 21년간 8,862회를 공연함으로써 연극사상 최장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크리스티는 일차세계대전 때 영국 적십자사에 자원봉사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구상한 처녀 작품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를 1920년에 발표함으로서 추리소설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는데, 이 소설에 최초로 등장하는 기괴하고 자존심 강한, 작달막한 배불뚝이 팔 자 콧수염의 벨기에 인 사립탐정 엘큘 포와로(Hercule Poirot)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쌍벽을 이루며 그녀의 추리 소설에서 계속 맹활약을 하게된다. 특히 미궁 속에 빠진 살인사건을 엘큘 포와로가 명쾌하게 밝혀내는 크리스티의 1930년대 대표작이랄 수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과 ’나일강 선상 살인사건‘(Death on the Nile)은 197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로도 상영되어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이미 DVD로도 출시된 바 있다.

겨울철 이스탄불 시르케지(Sirkeci) 기차역을 출발한 오리엔트 특급열차 안에서 노년의 미국인 사업가 한사람이 밤새 칼에 찔려 죽은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눈사태로 열차가 한동안 운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침 이 침대 칸에 승객으로 탑승했던 명탐정 포와로가 결국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만 유아살해범을 집단 앙갚음한 범행동기를 듣고 살인사건에 가담했던 승객들을 모두 묵인해준다는 이야기로, 크리스티는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Lindbergh 유아유괴 살해사건과 1929년 폭설로 인해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이스탄불 근교에서 열흘간 꼼짝없이 묶여있던 사건에서 ‘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의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1926년 12월3일에 발생한 11일간의 의문의 실종 사건은, 그 당시 모친이 죽고 남편 Archie와 이혼하게 되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수표에 서명할 자신의 이름이나 자동차 시동 방법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 등 그녀 자신이 일시적 기억상실증세(Amnesia)를 말하고는 있지만, 사후(死後)에 출판된 그녀 자신의 자서전엔 끝내 진상을 밝히지를 않아 추측만 무성할 뿐 실종 기간 동안 그녀의 행방이나 동기에 대해선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