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잠언(箴言) 신서(新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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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시카고)

 

가나안 땅 중서부 지경에서 목에 힘주고 목회(牧會)하던 단군의 자손, 한 전도자의 말씀이라. 이는 그가 만년에 이르러 은퇴를 앞두고서 자신의 차원 높은 처세술과 교회 운영의 비결을 숨김없이 기술해 둠으로써, 사치스럽고 영광스러운 목회자의 길을 애타게 갈구하는 후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니, 명철하고 약삭빠른 자는 그의 말씀에서 오묘한 모략과 지혜를 얻을지니라.

“인자께서는 일찍이 배암 같은 지혜와 비둘기 같은 겸손을 지니라고 말씀하셨거니와, 오늘날 같이 인심이 사납고 저마다 한 푼의 금전을 얻기 위하여 우는 사자 같이 달려드는 흉흉한 이 세대에 있어서는 여우 같이 간교함과 두더지 같은 탐욕과 사냥개 같은 민첩함이, 그리고 먹이를 날름 삼켜버리고 난 다음에는 두꺼비 같은 뻔뻔스러움이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니라.”

“양떼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목자(牧者)가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여 지팡이를 함부로 휘두르는 경거망동은 결단코 삼갈지니,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도록 감쪽같은 수법을 써야 될 것이니라. 양떼를 우선 좌편과 우편으로 갈라놓을 것이며, 북쪽과 남쪽으로 구분할 것이니, 목자는 평소에 젖의 소출량이 많고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쪽을 택하여 ‘성경공부’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싱싱한 과외분의 꼴을 먹일 지니라. 그리하여 교회에 비위 거슬리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목자는 항상 과외분의 꼴을 먹인 편의 뒷전에 서서 지팡이를 슬쩍 휘둘러 양떼들 간에 분쟁을 일으켜 좌편이 우편을 치고, 남쪽이 북쪽을 비방 고소하게끔 만들 것이며, 목자는 항상 말씀에 입각하여 ‘잃은 양 한 마리의 법칙’을 내세워 약한 소수의 편을 드는 듯싶은 태도를 강경하게 취함으로써 다수의 의견을 꺾고 당당하게 자신의 실리를 취할 지니라.”

“교회 운영을 하는데 있어 목자는 항상 인자하고 선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거운 짐을 양떼에게 지워놓되 자신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지 말 것이며, 양떼들이 피땀 흘려 이룩해 놓은 공적을 자기의 치적으로 삼아 널리 공표할 것이며 또한 민주주의 원칙과 공정한 법을 평소에 엄히 내세울 것이로되 만약 자신의 이해관계가 겨자씨만큼이라도 개입되었을 경우에는 법을 깡그리 무시해서라도 지체 없이 이득을 취할 것이며, 이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양떼들은 강대상 위에서 불같은 말씀의 지팡이로 호되게 족칠 것이니라.”

“목자 자신의 회칠한 무덤 같은 속마음이 백일하에 드러나 비판을 받아야 될 위급한 경우에는, 알른 ‘황금률’을 내세워 비판하려드는 양떼들의 입술에 파수꾼을 세워놓도록 잽싸게 조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니라.”

“교회 울타리 안을 살펴보면 목자의 말에 무조건 맹종하려드는 순진하고 아둔한 양이 한 두 마리는 반드시 있을 터인즉 목자는 부드러운 미소로 이들을 다독거려 주며 평소에 길을 들여 놓았다가 언제고 홀연히 닥쳐올 환난과 분쟁의 날에 그들을 오른 팔처럼 요긴하게 써먹을 지니, 이를테면 투서 행위를 은밀히 교시한다거나 공회에서 미운 놈을 소리 높여 송사케 하거나 아니면 목자가 원하는 바를 대변시키고 관철시키기 위한 하수인 내지는 돌격대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느니라.“

“목자는 반드시 낯가죽이 두껍고 입술이 가벼운 아내를 취할 것이니 양떼들을 중상 비난하는 일을 즐기며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며 부한 자를 어려워하되 아리숙한 양떼들을 내세워 부수입을 올리며 교회용 냉장고에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터지도록 채워 둘만큼 생활력이 강하며 탐욕이 지극한 여인이어야 할지니라.”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헤아려 본즉 역시 황금(黃金)이 제일이라. 황금을 곳간에 쌓아두면 마음이 윤택하여지고 만사에 여유와 자신감이 샘솟으며 양떼를 다스리는데 시 건방진 장로부인이나 말썽 많은 교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도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목회자 부부는 합심하여 한 푼이라도 긁어 모우고, 짜내고, 다시 높은 금리로 돈을 불려 화려하고 아늑한 노후대책을 진작부터 서둘러야 될 것이니, 이것이 바로 목회의 으뜸가는 계명이라, 귀 있는 자는 명심할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