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하나님전 상서(上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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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

이제 당신의 ‘거룩한 종’이라는 교회목회자들에 대하여 감히 험담을 늘어놓으려는 이 죄인의 불경을 용서하소서. 이는 마치 내 눈에 박힌 들보는 놔두고서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만을 가지고서 비난하려드는 치졸한 과오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하오나 소위 ‘주님의 뜻’이라는 미명하에 아전인수 격으로 교회 생활 속에서 자행되는 그네들의 온갖 인간적인 위선과 탐욕과 간교함이 정녕 극에 달했나이다. 하기는 성직자들의 탐욕과 위선이 비단 오늘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옵고 먼 옛날 이사야 선지자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통탄을 금치 못하게 하였던 사회적 병폐였음을 당신께서는 잘 알고 계시옵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독주에 취해 헤매는 이자들은 누구인가? 바로 사제와 예언자들이 아닌가? 아주 술독에 빠져 버렸구나. 저자가 하나님을 안다고 누구를 가르칠 것인가. 비틀거리며 제사를 본다 하고, 뒤뚱거리며 재판을 하다니, 술상마다 구역질나게 토해 놓고 떠드는 구나.”

뿐만 아니오라 당신의 독생자 예수가 2,000년 전 이 땅에 오시어 혈기왕성한 갈릴리 사나이들과 어울려 예루살렘 뒷골목을 누비며 주로 세리나 창기들에게 천국 복음을 전파할 때에 누구보다도 먼저 교활한 음모로 예수를 잡아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자들이 바로 당신의 뜻을 헤아려 군중을 선도해야할 율법학자나 사제직을 가진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이었나이다.

그리하여 예수께서도 사사건건 당신의 율법을 빙자하여 교묘히 트집을 잡아 올가미를 씌우려 드는 그네들의 간악함에 분을 참지 못하여 “독사의 자식들아,” “이 위선자들아,” “어리석은 눈먼 자야,” 또는 “회칠한 무덤”같다는 극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성직자들의 사치스런 행악과 물질주의에 뿌리박은 기성 종교 체제에 인자가 도전을 하실 것이기 때문에, 예루살렘 종교지도자들보다 더 빠른 기동성을 발휘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예수를 처형해버리고 시치미 떼고 군중을 계속 기만할 자들이 바로 사제들일 것이라는, 참으로 엉뚱스러운 논리를 소설 작품 속에서나마 은근히 비쳐본 작가는 도스터예프스키였습니다.

태초에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 속에 뛰어드셔서 지금도 행동하시어 우리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부족한 이 죄인을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드높은 하늘 보좌 위에서 날로 악의 세력에 잠식되어가는, 전운과 공해로 찌든 지구촌을 불쌍히 굽어보시며 그래도 주일마다 죄인들의 입술로 당신의 성호를 기리는 찬양의 제사를 기꺼이 받으시는 하나님,  당신께서는 이미 미천한 저희들의 어리석은 교만과 간악한 속마음을 불꽃같은 눈으로 훤히 꿰뚫어 보고 계시옵니다.<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