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휴먼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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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

일전에 ‘맥 다방’에서 행사 뒤풀이로 모였던 자리에서 미국에 이민 와서 평생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해 왔던 입담 좋은 어느 아줌마가 자기는 원래 미술이나 기악에 관심과 취미가 많아서 한때 공부를 다시 해 볼가 생각도 했었지만, 병원에서 환자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인간의 육체라는 것이 거의 완벽한 예술품(human art)이나 다름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고부터는 간호사의 직업을 떠날 수가 없어서 지금도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익살스럽게 속내를 털어 놓았다.
나 역시 “휴먼 아트”라는 그녀의 표현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로 일찍이 구약 성서에도 시편 저자는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신비하고 기묘하여서 측량할 길이 없다/ 139:14)하다고 표현하였다. 영어 성경(KJV)에는 “I am wonderfully and fearfully made”라고 히브리 원문이 번역되고 있는데, 특히 “fearfully”라는 어휘는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표현으로 감지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주먹만한 크기의 심장이 태어날 때부터 1 분에 평균 70번 정도는 움직여 피를 온몸에 돌려줘야 우리의 매일의 생명이 유지되는데, 대충 계산해 보면 하루에 최소한 십만 번 이상을 심장이 쉬지 않고 뛰고 있어야 하는데, 거기다 우리가 이제껏 살아 온 햇수를 곱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치가 나온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인들 에게 보내는 첫 번째 서신에서 우리의 몸이 야훼가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나오스/vaos)이라 하였고, 귀중한 몸과 맘을 우리가 온전히 관리하고 보존하지 못하면 그가 우리를 파멸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the paragon of animals)이란 흔한 표현은, 원래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주인공 왕자가 혼자서 읊조린 명상적 독백 대사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한번 진지하게 숙고해 본다면, 그저 매일 되풀이 반복되는 무의미한 삶이 아니라 순간, 순간이 기적(miracle)이요, 축복(blessing) 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를 진작 한국 땅에서 태어나게 하시고, ‘육이오’와 ‘사일구’를 겪은 세대가 또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땅에서 살게된 데에는 하늘의 크신 섭리와 특별한 계획이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바로 이러한 확신이 우리의 실존적 ‘레종 데트르’ (존재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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