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브렉시트 합의안 극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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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17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악수하고 있다.[AP]

EU 정상회의 직전···양측 비준 땐 31일 탈퇴
영국의회 비준 난항 예상···추가 연기할 수도

유럽연합(EU)과 영국이 17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초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되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인 막판 협상에서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다가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불과 몇시간 전에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도 이 합의안 초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사태는 일단 피했지만 영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돼 최종 결과는 미지수다.
유럽의회는 EU 정상들과 영국 의회가 먼저 이번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을 승인하면 오는 31일까지 이를 비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만약 양측 비준을 모두 거친다면 영국은 예정대로 31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 EU를 떠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4개월 만에 EU 탈퇴를 마무리 짓게 된다.
EU와 영국은 이날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EU와 체결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인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를 둘러싼 막판 협상을 벌여왔다. ‘안전장치’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 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내에 양측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국의회가 이에 반대하고 하원 승인 투표에서 3차례나 부결되면서 당초 지난 3월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한도 두 차례 연기돼 오는 31일까지로 늦춰진 바 있다.
이번 합의안은 존슨 총리가 제시한 ‘하이브리드 해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 골자로, 북아일랜드에 대해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규제체계 안에 남기는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EU의 상품규제를 따르게 되며, 동시에 영국 관세체계에 남되 EU 유입 우려가 있는 상품은 EU 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또 이같은 협정을 시행한 지 4년이 지나면 북아일랜드 의회가 계속 적용 여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과반이 찬성하면 협정을 계속 적용하게 된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우리는 단일시장의 통합성을 완전히 존중하는 해법을 찾아냈다”면서 “우리는 ‘하드 보더’를 피하고 아일랜드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할 새롭고 법적으로 실행가능한 해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는 당장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합의안이 영국 하원의 벽에 또다시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영국 집권 보수당의 사실상 연립정부 파트너로 영국 하원 승인투표의 키를 쥔 민주연합당(DUP)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한 영국 주요 야당들도 일제히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전보다 더 안좋은 합의라면서 반대하겠다고 밝히고 또한번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존슨 총리는 오는 19일 영국 의회에서 승인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융커 위원장은 존슨 총리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브렉시트 시한 추가 연장이 필요없다는 뜻이라고 밝혔지만,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의 연장 요청이 있으면 회원국과 논의하겠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존슨 총리가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가 또한번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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