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회항…‘감염자 있다’ … 공포 속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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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한 그랜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이 탑승객 하선을 위해 오클랜드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 [AP]

■크루즈 여행중 ‘날벼락’한인 여성 본보 인터뷰

진단 키트 바닥나 아직 검진도 받지 못해
격리생활 잘 마치고 건강하게 귀가 희망

 

“건강은 문제 없지만 사실상 ‘감옥생활’입니다. 격리 시설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도 바닥나 아직까지 검사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가주에서 하와이로 향하던 중 탑승객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캘리포니아의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한인 여성 H씨는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간 겪어야 했던 악몽의 며칠간 상황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클랜드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하선 작업이 지난 12일 저녁 모두 완료된 가운데 미 시민권자로 미국인 남편과 함께 북가주에 거주하고 있는 H씨는 지난 11일 하선해 현재는 샌디에고 미라마 해병대 항공기지로 이송돼 2주일 간의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현재 무증상의 건강한 상태로 격리되어 있다는 H씨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크루즈선 내 코로나19 전염 사태 발발 당시 상황과 현재 상태, 향후 계획 등을 자세히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건강상태는
▲내가 나이는 70대이지만 현재 아무런 증상 없이 안전하게 격리되어 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11일 하선해 샌디에고 미라마 해병대 항공기지에 와있다. 원래 트래비스 공군기지로 이송될 예정이었으나 사람이 꽉차 이리로 옮겨졌다고 들었다.

-코로나19 검사 현황은
▲검사 키트가 떨어져 아직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증상이 있는 사람들부터 검사를 진행해 나를 포함한 무증상 탑승객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이송 탑승객 200여 명이 비행기를 타고 함께 왔는데 그 중 1명은 열이 38.5도까지 올라 먼저 검사를 받았다고 들었다.

-다른 한인들도 함께 탑승했다고 들었는데
▲나는 한국에 나갔다가 함께 온 한국 국적의 지인 2명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15일짜리 크루즈 여행을 위해 지난달 21일 샌프란시스코 피어 27에서 탑승했다. 그런데 3월2일 선박 내에서 이머전시가 터졌다. 멕시코를 들러야 할 배가 급히 샌프란시스코로 귀향한다는 소식이었다. 크루즈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았다. 영문도 모르던 우리는 주변 탑승객들이 소셜미디어와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웅성거리며 불안과 공포를 표출하자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당시 분위기와 상황은 어땠는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내 지인 중 1명은 5일간 밥을 못먹고 식음을 전폐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나 역시 같은 선박에 탄 탑승객과 승무원 다수가 코로나19에 전염되고 그 중 승객 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자 불안감이 밀려왔다. 지난 9일 오클랜드 항구에 도착하자 선실에 구비된 베란다 창을 통해 하선 절차를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선박 안에는 유리창 없이 꽉 막힌 선실들이 있는데 그곳에 머무르던 탑승객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먼저 하선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캐나다, 영국 국적자 탑승객들 역시 일찌감치 하선돼 전세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하선 절차를 돕는 관계자들은 마스크와 장갑, 방역복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이후 미국 시민들을 하선시켜 나는 11일이 돼서야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

-다른 한인들은 상황이 어떤가
▲한국 국적자인 내 지인 2명은 텍사스나 조지아로 이동돼 격리될 예정이다. 캐나다, 영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본국 송환 결정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외에 90대로 추정되는 한인 노인과 며느리가 탑승했는데 이들 모두 샌디에고로 이동됐다고 들었다. 현재 격리 중이라 직접 알 길은 없다.

-격리 상태는
▲각방에 격리되어 있으며 매일 3끼의 식사가 배달된다. 식사는 잘 나오는 편이며 정부 지원 덕에 환경 역시 나쁘지 않아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12일간 격리생활과 검사절차를 잘 마치고 건강한 상태로 귀가하고 싶다.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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