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뇌와 교육-Part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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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다섯째는 방임이 아이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며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아이에게 지속되는 ‘방임과 방치’는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최대의 적’이다. 하버드대학교에 따르면, 지나친 방임은 공공연한 신체학대보다 건강과 발달상에 더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장기간의 방임에 노출된 아동이, 신체학대를 받은 아동과 비교할 경우, 훨씬 더 인지적 장애와 언어 결핍을 보인다. 게다가 주의가 산만해서 학습에 지장을 주고, 친구들과 자주 다투는 등 여러 가지로 문제행동을 일으킨다.

한 엄마가 있었다. 그녀는 육아 문제로 무척 힘들어 했으며,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게다가 새로이 정착한 곳에서 마땅히 어울려 지낼 친구도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교회와 지역 사회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참여하며 외로움을 달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외출 시에 매번 아기를 혼자 방에 내버려 두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기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매일 같이 오랜 시간 동안 방에 있는 아기 침대에 누워 ‘빈 천장’만 보고 지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철저히 고립되었고, 아무런 외부의 자극도 없이 공허하게 심심한 날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아동 방임이 학대”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화다. 엄마 없이 홀로 수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 아이는 마침내 마음과 정신에 심각한 ‘병’이 들고 말았다. 다행히도 이후 여러 상담을 받고 치료 과정을 거쳐서 극복해 갔지만, 그가 겪었던 처절한 고독과 무료함은 절대로 다른 아이들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아이들의 뇌는 3세까지 매우 활발하게 신경망을 구축해 나간다. 특히, 아기들의 눈동자를 보면, 주위의 사물을 얼마나 또렷하게 쳐다보는지를 분명히 알 수가 있다.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자극들을 흡수하고 소화해버린다. 아직 사물들에 대한 정확한 명칭과 개념은 몰라도 왕성하게 보고, 듣고, 그리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때 그들의 뇌는 양육자와의 친밀한 경험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생각의 기초를 쌓는다. 그런데 아이가 아무런 자극도 없이 혼자 방에 갇혀서 오랫동안 무료한 시간들을 멍하게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이것은 학대 중에서도 아주 심각한 학대이다. 뇌 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성장 발달해야 하는 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한 것이다!

탁구나 테니스 등의 스포츠 경기에서 한 사람이 공을 치면 상대방이 그 공을 다시 받아쳐야 경기가 지속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주고받는 관계(serve and return interactions)’ 속에서 함께 웃고, 즐거워하고, 화내고, 싸우고, 슬퍼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공감과 소통을 통해서 배우고,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양육자가 아이를 방치하고 방임하면, 아이의 뇌세포는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소멸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 중에서 ‘포유류의 뇌’로 불리는 변연계(limbic system)는 ‘감정의 뇌’로서, 이 부분의 발달을 위해서 아이가 사랑을 아주 듬뿍 받아야 한다. 은행에 잔고가 많으면 재정적으로 안정되듯이, 아이의 마음에 많은 사랑을 저축해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라야 남에게 연민을 느끼고, 관대와 자비로 사랑을 베풀 수 있다. 즉, 공감과 이타심이 냉담과 이기심보다 앞서게 되어, 반사회적인 행동보다는 친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기본 생존과 생식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인 뇌간과 소뇌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영장류인 인간이 인간답게 잘 살려면, 다음의 세 가지가 다 조화롭게 잘 발달하고,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생명의 뇌(뇌간과 소뇌), 감정의 뇌(대뇌변연계), 이성의 뇌(대뇌피질).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s)’은, 아이의 정신과 마음을 고갈시기는 트라우마이다. 성인도 동료 군인의 사망을 포함해서 갖가지 트라우마로 인해서 고통받는데, 하물며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즈음 성인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주제로 해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을 종종 보게 된다. 다행히도 여러 트라우마가 일으키는 병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현실적으로 경각심을 놓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안타까운 현실은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학대와 방임의 희생자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성적학대,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 중에 가장 널리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방임’이다. 누구나 정신적 외상과 비정상적이며 충격적인 경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감정이 메마르게 된다. 특히, 유년기에 겪는 방임과 트라우마는 더욱 위험하고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아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양육하고,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 등을 마련하여 사전 예방과 사후 치료에 더욱 힘써야 한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