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엄마의 눈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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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벌써 작년의 일이다. 2020년 1월에 나는 남편과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때 어느 날인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친정 엄마를 만났다. 우리는 이미 시부모님을 뵙고, 남편이 꼭 사주고 싶다는 여의도의 한 유명한 칼국수집에 가서 전채요리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맛있게 많이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카페에서 엄마가 좋아한다는 빵에다가 다른 빵들까지 더 사버리고 말았다. 이윽고 남편은 방금 점심을 그렇게 먹고 또 디저트에 흠뻑 빠진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살짝 핀잔을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마가 배고파 보이기도 했지만, 투명한 진열대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빵들이 너무나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달콤해 보였다. 반짝반짝 다채롭게 장식된 빛깔과 모양, 그리고 고소한 버터향이 풍기는 유혹을 이겨내기란 늘 참 어렵다. 결국 그날 나는 또 한 번 설탕 중독에 무너져버렸다!

그런데 한창 따뜻한 차와 달콤한 빵들을 먹는 중에 엄마의 커다란 왼쪽 눈에 아주 진하고 큰 갈색 눈곱이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혹시라도 남편이 볼까 봐 내 손가락으로 ‘엄마의 눈곱’을 떼어내 주었다. 자 이제 미국이다. 한창 봄학기가 시작되어 수업 준비로 바빴다. 그런데 내 눈이 따끔따끔하더니 이내 아주 빨개져 버렸다. 나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고 눈약들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걸린 눈병이었다. 게다가 참고로 말하면 나는 평소에 손을 아주 자주 씻는다. 우리 집에서도 남편과 딸에게 매번 손 씻으라고 권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정말이지 내가 눈병에 걸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나를 만난 다음 날 바로 안과에 갔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내 딸이 안부 전화를 했을 때, 내 엄마가 안과에서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니 엄마로부터 눈병 바이러스가 옮았던 것이다. 물론 내 남편도 결국 나로부터 눈병이 옮았다. 나는 눈병이 그렇게 괴로운 줄 몰랐다. 눈에 끈적끈적한 이물질이 생겨서 앞도 잘 안 보이고, 눈이 시뻘게서 외출도 수업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자고로 눈이 보배요,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들 한다. 쉽게 말해서 눈은 ‘외부로 돌출된 뇌’다. 물론 오감이 다 중요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얼굴에서 눈을 제일 먼저 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과 기분을 파악하고,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여하튼 그날 ‘엄마의 눈곱’은 내게 눈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바이러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말로 아이러니하게도 곧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2021년 1월인 지금 몇몇 나라를 시작해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여러 가지 백신들을 접종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시카고의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내 딸도 의사라서 코로나 예방 백신 1차 접종을 받고 나서, 3주 후에 다시 2차 접종까지 받았다. 특히, 2차 접종 이후에는 열이 났고, 잠도 제대로 못 잤으며, 두통과 근육통으로 온몸이 아프고, 타이레놀(Tylenol)도 별 소용이 없다고 했다. 밤새 한기를 심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이제 우리 모두 백신접종에 밝은 ‘희망’을 가져본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인류가 미래의 에너지인 태양력을 이용한 비행기를 만들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에 대체할 새로운 신소재로서, 매우 자연친화적인 나노셀룰로오스(nanocellulose)의 개발과 일반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마당에, 일상생활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로 인해서 괴로워하며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코비드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되도록이면 없기를 바라며, 나아가 하루빨리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이루어서 인류가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