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학습이란 무엇이며, 그리고 학습은 어떻게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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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교육학 박사)

내가 감정 상태와 학습의 연결성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물개방법(SEAL method)’이 있다. 여기서 ‘물개’를 뜻하는 단어인 ‘SEAL’은 다음의 네 단어의 두음을 모은 것이다: Senses, Emotions, Attention, Learning. 이 물개방법은 학습 동기가 생기는 원리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흔히들 길을 걷다가 향긋한 꽃냄새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 도대체 어떤 꽃이며 어디에서 냄새가 날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때로는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생이 학습시에 여러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이는 자극들이 좋을 때, 그 유쾌한 기분과 느낌, 정서는 촉매로 작용하여 학생으로 하여금 공부에 더 잘 집중하고 배우도록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물개방법’의 예를 가정환경에서 들어보자. 만약에 어떤 아이가 날마다 부모가 싸우는 것을 보고 듣고 자라는 데다가 끼니까지 자주 거른 채 학교에 온다면 어떨까? 당연히 그 아이는 배도 고프고 부모의 사랑도 무척 고픈 상태로 심신이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신경이 날카롭고 예민한 상황에서는 교사의 말과 지도에 집중하기도,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해 나가기도 무척 어려워진다. 또한 매사에 불만스럽고 화난 감정이 쌓여 아이의 행동을 비뚤어지게 하고, 부모나 친구, 교사와의 관계에서도 크고 작은 비행 문제들을 일으키기가 쉽다. 이와 반대로 아이가 심신이 편하고 안정되면, 즐겁게 공부에 집중하고 부모 말씀도 잘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어른과 아이 간의 애착 형성은 행복한 느낌과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고, 학습 동기와 자율적 행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실상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애착관계 속에서 아이를 지도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자고로 선생님이 좋으면, 그 수업은 절대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숙제도 열심히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싫었던 교과목을 좋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성적까지도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면,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다짜고짜 훈육하기보다는 게임이나 놀이들을 통해서 아이와 더 친해지고 유대감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부모와 함께 놀면서 재미있게 웃다 보면,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특별하게 여긴다고 믿게 된다. 이렇게 아이가 양육자와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하면, 자연스럽게 의욕이 생기고, 호기심이 발동하며, 주변 사물을 활발하게 탐구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바로 배움과 성장의 주 원동력이 되는 ‘자발적 내적동기’인 것이다. 내적 동기는 학습에 있어서 그 어떤 상이나 메달보다도 뛰어난 가치를 발휘한다.
또 다른 예로, 학생이 학교에서 곱셈 문제를 잘못 풀었다고 해서 교사로부터 심하게 창피를 당하거나 꿀밤(?)까지 맞아가며 혼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에, 그 아이가 결국 수학을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반대로 엄마가 가게에서 시리얼 값을 잘 비교했다고 어린 딸을 칭찬하면, 아마도 그 아이는 덧셈과 뺄셈 등의 연산에 더욱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자신감 있는 아이들에게는 ‘자발적 동기’가 생긴다. 이들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세상사에 의문을 제기하며, 도전하고 배운다. 이처럼 인간의 행동 양식과 인식의 형성에서 ‘감정 기억’이 매우 중요한 동기 부여제로서 작용한다.
결국, 인간의 감정들, 즉 작고 세밀한 혹은 크고 강한 인상과 느낌들은 우리 뇌와 마음 속에 아주 넓고 깊게 골고루 자리잡는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유쾌한 경험으로 좋은 기억들을 많이 쌓도록 해주자.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