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흔들리는데···의회 ‘1조달러 코로나 부양책’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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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달러 규모 기업대출안에
민주 “재무부 재량권 과다” 제동
상원 표결전 절차투표서 부결
대선 염두 정치셈법도 맞물려
양측 무작정 시간 끌 수도 없어
트럼프 “결국 합의하게 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방 의회가 1조달러대의 경기부양책을 두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연방 상원이 부양책 처리를 위한 표결을 할지 묻는 절차투표가 찬성 47 대 반대 47로 부결됐다. 절차투표가 통과되려면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 5명이 코로나19로 격리돼 있어 찬성표가 특히 적었다. 당초 공화당은 23일 최종 투표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앞 단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가장 크게 부딪힌 대목은 기업대출이다. 공화당은 5,000억달러를 코로나19 피해기업 대출과 대출보증에 쓸 계획인데 재무부가 수혜기업 선정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민주당 생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뇌물을 뜻하는 ‘슬러시펀드(slush fund)’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과 호텔·크루즈 업종을 돕기로 했지만 다른 수십개 업종도 지원을 요청한 상황에서 이를 전적으로 정부에 맡기면 불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다는 얘기다. 5,000억달러에는 항공 업계 500억달러, 화물항공 업체 80억달러, 미국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기업 지원 170억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지원책과 관련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부양책에는 4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기업 유동성 공급 방안이 포함돼 있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다음 90일에서 120일을 버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근로자 보호 문제도 제기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의 경우 고용유지 요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공화당 법은 정부 지원의 조건으로 3월13일 현재 고용을 유지하되 ‘실행 가능한 정도까지’라는 조건을 달았다.

문제는 ‘실행 가능’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5,000억달러 지원책과 별도인 3,500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에도 비슷한 맹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1개월 급여분의 250%까지 대출이 가능한데 지원만 받고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어서다. 특히 민주당은 올해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경제를 망치는 상황까지 몰고 갈 수는 없지만 최대한 트럼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고 노동자 지원을 늘려 표심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원책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은 부양책 협상 난항 소식으로 한때 가격제한폭인 5%까지 급락했다. 다만 경제상황이 심각해 무작정 처리를 미룰 수도 없어 양측이 극적 합의에 다다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하원에서 자체 법안을 만들 것”이라며 시간을 끌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24시간 내 합의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미국이 그것을 원한다”며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코로나19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은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그는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지원에 열려 있으며 그렇게 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코로나19가 미국까지 확산된 데 불만을 가진 듯 “중국에 좋은 의사와 과학자가 있지만 (중국이) 우리 지원 제안을 거절한 데 솔직히 화가 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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