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잊혀져 가는 6.25 참전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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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헌 기자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 (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미국인들에게서 잊혀진 한국전쟁이 시카고 한인사회에서도 서서히 잊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1년에 특별한 날, 꼭 해야 하는 행사를 제외하곤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관심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사는 것이 힘들어서 등등의 이유와 핑계로 기자를 포함해 많은 한인들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최근 기자는 참전용사들을 잊혀지지 않게 의미있는 행사를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미국사회 민간단체의 대표를 만나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HFC’(Honor Flight Chicago)란 단체는 지난 2008년 설립 후 작년 10월 말까지 총 68차례에 걸쳐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을 워싱턴 DC로 보내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그 대상자를 한국전쟁 참전용사들로 확대했다. HFC의 매리 페티난도 대표는 지난 2007년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친아버지를 모시고 워싱턴 DC의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다른 단체들이 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시카고에도 이런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HFC를 설립하게 됐다고 한다.

시카고에 80여명, 중서부에 270여명에 달하는 한국전쟁 참전 한인용사들은 이 프로그램에 신청할 수 없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용사만이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우리도 한인 참전용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어 안타까웠고 부끄러웠다. 주류사회에서는 HFC 같은 자생적인 민간단체가 한국전쟁을 포함해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이들의 노고가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비해 한인사회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가능케 한 이들을 잊고 살고 있는데 대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6월 25일을 즈음해 열리는 한국전쟁 기념식 같은 의례적인 행사로 젊음을 바치고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참전용사들을 기리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HFC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한인사회에서도 단순 기념식과는 다른 뭔가 의미있는 행사를 열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행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올 6월 25일을 전후해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야외 피크닉이라도 우선 여는 것이 어떨까. 이 행사가 한인회를 비롯한 범 커뮤니티 차원에서 마련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카고를 비롯한 중서부에 거주하는 270여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대다수가 여든이 넘은 고령자들이다. 이 분들이 1명이라도 더 생존해 계실 때 이들 영웅들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가 열리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들께 그동안 잊고 살아서 죄송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