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천 박사의 손자병법인문학] 세상은 속임수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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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략리더십 연구원장 노병천 박사

간접접근의 승리, 인천상륙작전
우직지계(迂直之計) ― 『손자(孫子) 군쟁 제7편』

 

독일을 속인 노르망디 상륙작전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 『손자(孫子) 시계 제1편』

“참석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자세한 거짓말은 편지로 보내겠습니다.” 케니스 필즈의 ‘거짓말의 즐거움’에 나오는 얘기다. 여자가 화장을 하는 것은 속임수일까? 본래의 모습을 감춘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속임수라 할 수 있다. 대체로 남자들은 키를 높게 속이고 여자들은 몸무게를 낮추어 속인다고 한다. 사기전화를 이용하여 돈을 빼내는 보이스피싱은 이미 보편화된 범죄적 속임수다. 최근에는 철통같았던 공인인증서까지 해킹당하고 있다. 카멜레온이 보호색을 바꾸는 것도 생존을 위한 속임수라 할 수 있다. 동물이나 곤충의 세계에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온갖 기이한 행동도 종족 번식을 위한 속임수로 볼 수 있다. 마술의 퍼포먼스나 영화에 등장하는 특수효과도 관객의 눈을 교란하는 일종의 속임수라 할 수 있다. 특정인의 합성사진을 유포하여 사회적 이슈를 조장하는 것도 속임수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은 온갖 속임수로 가득하다. 영국의 사회학자 라크만의 연구 결과에 보면 10분간 대화하는 동안 피험자의 60% 이상이 최소한 한 번씩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연인이나 어머니와의 대화에서도 3분의 1이나 2분의 1이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속임수도 개인의 차원에서 머물면 그 영향도 개인에서 끝나지만 개인의 차원을 떠나 그 범위가 확장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군사와 전쟁에 관한 속임수는 개인의 차원을 떠난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속임수다.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는 군사작전에 있어서 속임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수년에 걸친 전쟁이 단 한 번의 속임수로 끝이 난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거대한 규모의 군사적 속임수가 있었다.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한 속임수였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프랑스의 노르망디 반도로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1944년 6월 6일 벌인 상륙 작전으로, 작전명은 오버로드 작전(Operation Overlord)이다.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철저하게 독일군 사령부를 속이는 것이다. 개인을 속이거나 소규모의 부대가 움직이는 것을 속이는 것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지만 6천 여 척의 각종 선박, 28만 7천명의 병력과 각종 전투 장비, 1만 2천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이동해야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한 거대한 기만작전은 암호명으로 보디가드 작전으로 명명되었는데 군사적 속임수가 얼마나 복잡한 과정과 치밀한 전략적 판단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보디가드 작전은 다섯 개로 이루어졌다. 첫째, 포티튜드 노스작전이다. 노르웨이 상륙작전을 실행함으로써 연합군이 북쪽에서 덴마크를 경유해서 독일을 공격할 것처럼 속이는 작전이다. 속아 넘어간 독일군은 중앙 유럽에서 20만 명이나 병력을 빼내 노르웨이에 두둔시켰다. 둘째, 포티튜드 사우스 작전이다. 프랑스의 파드칼레 지역으로 상륙할 것처럼 속이는 작전이다. 미군은 가짜 건물들을 만들고 영국군도 허위 라디오 메시지를 송신했다. 상륙작전을 수행할 주력부대로 알려진 가짜부대의 사령관에 당시 독일군에게도 잘 알려진 패튼 장군을 내세웠다. 속임수를 더하기 위해 칼레에 집중적인 공습으로 독일군으로 하여금 상륙목표가 칼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또한 포티튜드 작전을 위해 스카이 작전이라는 또 다른 기만작전이 실시되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무선교신을 사용하여 상륙지역은 노르망디 혹은 덴마크가 될 것이라고 독일로 송신했다. 이 속임수로 독일군 사령부는 혼란에 빠졌고 어디가 정확한 상륙목표인가 고심했다. 결국 스카이 작전의 무선송신은 성공해서 독일군은 이를 칼레 상륙을 속이기 위한 연합군의 기만작전이라 생각해 노르망디보다는 칼레 방면의 수비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들 부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까지도 그 자리를 굳게 지켰다. 셋째, 체펠린 작전이다. 이 작전은 지중해의 동부와 중부에 배치된 연합군의 규모를 과장함으로써 독일군이 그 지역의 병력을 이동시켜 실제로 상륙작전이 이루어지는 중앙 유럽으로 보강하지 못하도록 하는 속임수다. 넷째, 벤데타 작전이다. 프랑스 남부에 가짜 상륙작전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에 있는 독일군으로 하여금 북쪽의 노르망디로 병력이 증원되는 것을 막았다. 다섯째, 아이언사이드 작전이다. 프랑스 비스케이 만 지역에 대한 가짜 상륙작전이다. 이렇게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뒤 안에는 수많은 속임수 작전이 있었다.

손자병법 시계(始計) 제1편에 ‘전쟁은 속임수다’(兵者詭道也)라는 말이 있다. 전쟁 자체가 속임수(詭道)라는 뜻보다는 전쟁을 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속임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어서 14가지의 각종 속임수가 열거되고 있다. 이 내용을 잘 이해하면 세상의 그 어떤 속임수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①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能而示之不能). ②사용하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用而示之不用). ③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近而示之遠). ④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遠而示之近). ⑤이로움을 탐하면 이로움을 보여주어 꾀어낸다(利而誘之). ⑥혼란하면 그 틈을 타서 취한다(亂而取之). ⑦상대가 역량이 충실하면 대비한다(實而備之). ⑧상대가 강하면 피한다(强而避之). ⑨상대가 기세가 등등하면 격분시켜 흔든다(怒而撓之). ⑩상대가 낮추면 교만해지도록 한다(卑而驕之). ⑪상대가 편안하게 있으면 피곤하게 만든다(佚而勞之). ⑫상대가 서로 친하면 이간시킨다(親而離之). ⑬준비되지 않은 곳을 공격한다(攻其無備). ⑭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나간다(出其不意). 열거된 14가지 속임수를 잘 보면 전부가 속임수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직접적인 속임수도 있지만(①∼④), 상대방을 교란시켜 약화시키는 방법(⑤⑥⑨⑩⑪⑫), 그리고 상대방의 강점을 대비하거나 회피하는 방법(⑦⑧)도 동시에 제시된 것이다. 결국 최종 지향점은 이러한 제반 활동을 통해서 상대방의 판단을 흔들어 놓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곳(⑬攻其無備)과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⑭出其不意)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공기무비(攻其無備)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곳을 친다는 의미고, 출기불의(出其不意)라는 것은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방법으로 친다는 말이다. 그러니 모든 속임수의 지향점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을 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허점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兵  者  詭  道  也
병자궤도야
전쟁은 속임수다

아퀴나스는 거짓말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악의적 거짓말이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거짓말로 ‘Black Lie’라고 한다. 중상모략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이타적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거짓말이다. 포로가 되어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동료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셋째는 선의적 거짓말이다. ‘White Lie’로 불리는 거짓말로 타인을 배려하기 위하거나,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이웃의 아기를 보고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참 예쁘군요.”라고 하는 것이나,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어 병이 낫는 현상인 플라시보 효과의 경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우기는 사람의 거짓말은 어느 유형에 속할까? 어쩌면 세르반테스가 말한 ‘정직이 최선의 방책’임을 굳게 믿거나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주는 효용은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주로 어떤 거짓말을 많이 하는가? 땀 흘리는 수고도 없이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유혹은 대체로 속임수, 거짓말, 꼼수일 경우가 많다. 속임수로 가득한 세상에서 결단코 속지 않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한 가지만을 명심하자.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兵   者   詭   道   也

군사 병   놈 자   속일 궤   길 도   어조사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