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천 박사의 손자병법인문학] 힘들 때에 멋지게 한 말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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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략리더십 연구원장 노병천

헨리5세의 아쟁쿠르 전투
 치심(治心) ― 『손자(孫子) 군쟁 제7편』

“여든하고도 일곱 해 전에”로 시작되는 이 연설에서 링컨은 지금 드리는 봉헌식은 단순히 전투에서 숨진 병사들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의 정부가 이 땅에서 죽지 않도록” 싸우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헌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남북전쟁이 진행되고 있던 1863년 11월19일 링컨이 게티스버그를 방문하고 전몰자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행한 연설이다. 불과 2분간의 짧은 연설, 글자 수는 원문으로 266단어, 이것이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이다. 이 연설문은 다음날 게티스버그 신문에 실렸고, 발표된 지 몇 세대가 지난 지금 게티스버그 연설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연설로 남아있다. 2011년 미국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이 났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추모 연설에서 숨진 크리스티나 그린을 언급하며 “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 면서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곧  연설을 중단했고, 10초 후 오른쪽을 쳐다본 뒤 20초 후 심호흡을 했으며, 30초 후에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51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다시 비장한 어조로 연설을 이어갔다. 이 ‘침묵의 51초’가 온통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폭스뉴스의 글렌 벡이 “그가 했던 연설 가운데 아마도 최고일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일반적으로 동양은 ‘글’을, 서양은 ‘말’을 중시한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명문(明文)’이 발달했고, 서양에서는 ‘명연설’이 발달했다. 때에 맞는 멋진 연설은 사람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 힘이 있다. 연극과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영국 왕 헨리 5세는 프랑스군과의 아쟁쿠르 전투에서 병사들의 마음을 빼앗은 멋진  연설로 패색이 짙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우리는 적고, 우리의 행복은 작으나, 우리는 형제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 『헨리 5세』의 유명한 구절이다. 성 크리스핀의 날의 연설이라고 불리는 이 연설은 영국인의 우상 헨리5세가 아쟁쿠르 전투 직전에 행해졌다. 아쟁쿠르 전투는 백년전쟁의 전투 중 하나로 1415년 8월 25일 금요일(성 크리스핀의 날) 날에 북부 프랑스의 아쟁쿠르에서 벌어졌다. 영국군은 궁수보병 8천명과 중기병 2천명이 헨리5세의 지휘를 받으며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했다. 이때 전염병과 500km의 긴 행군으로 인해 영국군은 6천명으로 급격하게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이를 맞은 프랑스군은 2만 5천명으로 영국군의 4배나 많은 병력이었다. 프랑스군은 중장기병과 중장보병 그리고 우수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8월 24일 전투 전날에 때마침 억수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비를 흠뻑 맞은 영국군은 지쳐서 사기가 떨어졌고 프랑스군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겁을 질려 떨고 있는 영국군 앞에 헨리5세가 앞에 섰다. 그리고 그는 역사를 바꾼 위대한 연설을 했다. “우리는 수적으로는 열세다. 게다가 지쳤다. 하지만 피를 나눈 형제들이다. 제군들은 나와 함께 피를 흘려왔기 때문에 내 형제가 된 것이다. 영국에 남은 남자들은 지금 잠자리에 누워 여기에 있지 못해 안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함께 싸운 우리가 목소리를 높일 때 그들은 남자인 것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오늘 살아남다 무사히 귀향하는 자는 오늘을 기념하는 그날에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나를 따라 영국의 영광을 위해 싸우자!” 연설을 들었던 영국군은 주먹을 힘껏 쥐었고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들은 밤을 새워 목책을 세우고 일전을 준비했다. 전투전날 영국군은 참회의 날로 모든 병사들은 지옥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정화하려 했다고 한다. 당시 전황을 결정한 것은 지형이었다. 좁은 전장은 우거진 수풀로 가득 얽혀 있었고, 이는 영국군에게 유리했다. 1천명의 영국 중무장 부대는 4열로 밀집해있었다. 전장의 나머지 부분에는 목책 뒤에 서 있는 장궁병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랑스군은 영국의 중무장 부대보다 적어도 4배정도 많은 숫자였지만 그들은 영국군의 측면을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좁은 지형 때문에 전군을 한꺼번에 투입할 수 없었다. 프랑스군의 중장기병과 보병이 공격을 했다. 그런데 수풀지대 때문에 측면공격이 불가능했다. 이어서 목책 돌파를 시도했지만 영국군은 불화살로 공격했다. 이때 프랑스 기병의 말들이 놀라서 진군하는 자기 편 보병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보병들은 분산되고 짓밟히며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프랑스군의 중무장부대는 영국군 중무장 부대보다 5배나 많았지만 문제는 25Kg이나 되는 무거운 갑옷이었다. 그리고 화살이 얼굴을 맞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투구를 내려썼는데 겨우 숨 쉬는 구멍만 내놓았기 때문에 앞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이 상태로 힘겹게 비온 뒤의 두꺼운 진흙탕을 걸어가야만 했다. 이들이 가까이 오자 영국의 장궁병들은 ‘끔찍한 화살의 우박’을 쏟아 부었던 활을 내려놓고 백병전에 돌입했다. 백병전은 약 3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프랑스군은 투구 속에서 발생하는 열과 산소의 부족 때문에 저절로 넘어갈 정도였다. 결국에는 영국군과의 최후의 일전에서 자신들의 무기조차 들기 어렵게 되었다. 이 전투에서 헨리5세는 프랑스군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면서 승리했다. 이때 헨리5세는 몇몇 유명한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몇 천에 달하는 프랑스 포로 전원에 대한 학살을 명령했다. 3시간에 걸친 전투의 결과는 프랑스군의 참패로 끝났다. 프랑스군은 12명의 귀족들,1,500명의 기사들, 약 4,500명의 병사들이 전사했으나 잉글랜드군의 손실은 적게 잡았을 때 112명으로 극히 미미했다. 전사연구가 앤 커리는 “아쟁쿠르 전투는 헨리5세의 신화”라고 극찬했다.

손자병법 군쟁(軍爭) 제7편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를 잘 다스려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는 ‘치심’(治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아군에게는 마음을 잘 다스려 동요가 없도록 하고, 적에게는 마음을 흔들어 어지럽혀야 한다. 둘째는 ‘치력’(治力)이다. 체력을 다스린다는 의미다. 나는 체력을 잘 보존하며 동시에 적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다. 셋째는 ‘치기’(治氣)다. 사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내 병력의 사기는 높이고 적의 사기는 꺾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변’(治變)이다. 상황변화를 다스리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을 직시해서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네 가지 다스리는 것을 ‘사치’(四治)라고 하는데 마치 둥근 고리처럼 돌고 돌며 서로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마음에 동요가 와서(치심의 실패) 잘못된 명령을 내리면 병사들은 갈팡질팡 뛰어다니며 체력적으로 지친다(치력의 실패). 그러면 사기가 바닥 치게 되고(치기의 실패), 어떤 변화되는 상황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치변의 실패). 그래서 이 네 가지를 잘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멋진 연설은 하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治心), 사기를 다스릴 수 있다(治氣). 비를 맞아 떨고 있는 병사들을 돌아보며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가를 호소했던 헨리 5세의 연설은 바로 ‘치심’과 ‘치기’에 성공한 멋진 연설이었다.

治心 治力 治氣 治變
치심 치력 치기 치변
마음을 다스리고 체력을 다스리고 사기를 다스리고 변화를 다스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은 미사여구로 잘 다듬은 원고나 현란한 말솜씨가 아니다. 연설하는 사람이 정말로 저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짜 마음’을 말하고 있다고 믿을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중연설에서 불필요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런 그가 51초간 침묵하며 자신을 추스르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은 두 딸을 가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믿는다면 말더듬이도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고 모택동은 말했다. 의사소통을 할 때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소는 음성, 태도, 정보라고 한다.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메라이언은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 정보의 영향력을 7%, 목소리 38%, 그리고 태도나 표정의 바디랭귀지를 55%로 가장 높게 꼽았다. 연설을 할 때 무엇보다도 바디랭귀지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멋진 연설을 하려는 사람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하는 말이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믿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