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마저 꺾여···다시 고개든‘R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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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매판매 전월비 0.3% 줄고
연준 베이지북 경기진단도 후퇴

“주택 훈풍···두고 봐야”신중론도
IMF“주요국 기업부채 40% 위험”
미국·EU 관세확전 땐‘침체의 늪’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지금까지 미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가 꺾이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택 관련 지표가 좋고 실업률도 역대 최저여서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지만 미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흔들리는데다 무역갈등과 과도한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상무부는 지난 9월 미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0.2%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소비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7개월 만이다. CNBC는 “소비가 예기치 않게 감소했다”며 “제조업 약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9월의 경우 자동차 판매가 0.9%나 빠졌다. 자동차 통계는 미국의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8월(1.9%)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낮아졌다. 저유가로 휘발유 판매도 0.7% 하락했고 온라인 상점과 건축자재 매출도 줄었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가 ‘투자위축→고용축소→소비감소→경기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소비자들이 9월에 지출을 줄이면서 광범위한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서도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가 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진단도 후퇴했다. 이날 공개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연준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경제가 다소 미약한(slight to moderate)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6~8월 미국 경제를 “완만한(modest) 수준”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판단 기준이 한 단계 낮아진 것이다. 경제 전망 업체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는 올 1·4분기 3.1%(연 환산 기준)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4분기 2.0%를 거쳐 3·4분기에는 1.3%로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달 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달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87.1%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경기침체를 언급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내수 판단지표인 주택시장이 좋기 때문이다. 이날 미 주택건설협회가 내놓은 10월 주택시장지수는 71로 9월(68)보다 3포인트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나온 주택지표는 상승세가 강화됐지만 소매판매는 크게 감소해 상반됐다”며 “이는 경제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소비감소도 추세를 더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데이비드 버슨 네이션와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감소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려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변칙적인 상황이 나타나는 데이터가 최소 한 달 이상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 여건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무역센터(ITC)의 아란차 곤살레스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전쟁을 벌인다면 글로벌 경제가 퇴보하게 된다”며 “바로 경기침체로 빠져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18일부터 EU산 농산물과 공산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EU는 미국 측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면 보복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부채도 부담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현지시간) ‘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향후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기업부채가 오는 2021년 19조달러(2경2,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과 중국·일본·독일·프랑스 등 주요 8개국만 따진 것으로, 이들 국가의 총 기업채무의 약 40%다. IMF는 “저금리 기조 속에 기업부채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시스템적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투기등급의 기업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계속되는 무역갈등이 경기둔화를 가속화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가 전염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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