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미 정찰기···중국은 왜 발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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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F-22 전투기가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미 공군]

오키나와 기지 이륙 후
대만 상공서 하루 동안
군용기 대만 이·착륙은
‘중국 부정·도발’ 반발

미군 정찰기가 대만 상공에서 신호가 끊겼다가 하루만에 나타났다. 대만이 활주로를 내줬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드는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의 비행금지구역 침범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미국ㆍ대만 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진위 논란으로까지 갈등이 번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싱크탱크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SCSPI)’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미 해군 정찰기 EP-3E의 항적을 공개했다. 오후 2시29분 대만을 이륙해 2시간여 가량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로 날아가는 궤적이 선명했다. EP-3E는 지상과 공중의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정찰기로, 특히 미사일 발사 전후 방출되는 전자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이 정찰기는 전날 일본에서 대만으로 날아왔다. 그리고는 대만 상공에서 신호가 멎었다. 그러더니 다음날 다시 신호가 잡혔다. 이에 대해 SCSPI는 “미 군용기가 오키나와 기지로 복귀하지 않고 대만에 착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만 언론은 “EP-3E가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CSPI는 31일 미 리벳조인트(RC-135W) 정찰기가 대만해협에서 대만 상공을 횡단한 뒤 남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가는 항적도 트위터에 올렸다.

이처럼 미 정찰기가 잇따라 대만 영토와 영공을 누빈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달 미국은 대만 F-16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는 장면을 공개했지만 훈련장소는 대만이 아닌 미 애리조나 공군기지였다. 지난 6월 미 C-40A 수송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통과한 것만으로도 중국은 “주권과 안전을 침해하고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반발하며 수호이-30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긴박하게 대응했다.

오키나와는 대만해협 유사시 가장 먼저 미 군용기를 투입하는 곳이다. 하지만 대만과 700여㎞나 떨어져 있다. 전투기가 대만에서 바로 발진할 수 있다면 중국은 코 앞에서 미군의 막강한 항공력과 맞닥뜨려야 한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중국의 위기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군사전문가 쏭중핑은 1일 “미국이 본토에 대한 효율적 정찰임무를 위해 대만을 활용한다면 중국은 위협을 제거하고자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사태는 중국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무력통일’까지 언급하면서 대만을 압박했다.

대만 군 당국은 일단 “SCSPI가 감지한 신호정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중국 측 주장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미 군용기가 실제 대만에 착륙했다면 문제의 심각성이 어떤지 잘 알기 때문에 부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후보 SCSPI 국장은 “미군이 의도적으로 비행경로 신호를 조작했다면 중국의 오판을 유도해 대만해협에서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대만은 한 발 물러서면서도 중국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대만 국방부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군 현대화에도 불구하고 대만해협을 건너 상륙할 능력이 충분치 않다”면서 “중국은 대만에 전면전을 감행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군이 군함과 전투기를 대만해협 중간선 서쪽 공해상에 매일 투입하는 도발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