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공관 갑질 뿌리 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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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가 전 세계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소속 직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근절에 나섰다. 현지 채용된 행정직원들이 정해진 업무 외에 허드렛일에 동원되거나 성희롱·추행 혹은 막말 등 인격 모독적 대우를 받는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외교부는 감사관실 내 감찰담당관실을 설치, 재외공관 복무기강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재외공관 갑질 청산에 나섰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국정부가 해외공관의 갑질 문제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 큰 이슈가 된 박찬주 대장 부부 케이스 때문이다.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머슴 부리듯 함부로 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수사대상이 되면서 한국사회에 관행처럼 뿌리박고 있던 갑질 행태가 전반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공관들은 본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에디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한 외교관이 여직원을 성폭행해 파면된 데 이어 대사 역시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낯 뜨거운 일이다. 문제는 재외공관에서 눈살 찌푸릴 일이 일어나도 외교부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대충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 또 다른 관행이었다는 사실이다.

해외공관에서 일어나는 갑질의 가장 흔한 예는 행정직원을 근무 외 시간에 사적인 일에 동원하는 것. 공관장의 개인적 손님을 접대하거나 소소한 집안일 처리에 직원들을 부르는 일이 다반사이다. 공관장 부인의 갑질 또한 흔한 문제로 떠오른다. 대사 부인이 파티를 열면서 행정직원들을 불러 뒤치다꺼리를 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3월 홍콩에서는 교민 간담회에 총영사 부인이 참석하고 회의를 주도해 청와대에 탄원서가 접수되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문화원 등 공관에서 미주출신 직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이 이어져왔다. 한국의 권위주의적 상명하복 문화에 더해 한국 외교관들이 미주한인들에 대해 갖고 있는 왠지 모를 우월의식이 작용하면서 현지 채용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들이 발생하곤 했다.

갑질은 가장 저급한 수준의 인권 침해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갑질 관행이 이번 기회에 청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