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C
Chicago
Saturday, September 23, 2023
spot_img

[손헌수의 경제읽기] 다 아시면서

Son Picture

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 Taxon 대표/시카고>

마흔이 넘으면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온통 노년과 은퇴 준비에 대한 생각 뿐이다. 돈은 얼마나 필요할 지, 어떤 일을 하면서 노년을 보낼지 늘 고민 중인 것이다. 필부가 이럴진대, 최고권력의 맛을 보았던 대통령들은 물러날 때가 가까워지면 퇴임한 이후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많아 지겠는가? 말년을 소위 보람된 일을 하면서 품위를 지키며, 존경도 받고, 경제적으로도 여유있게 보내고 싶은 욕심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자기 말이 잘 먹히는 현직대통령으로 있을때, 본인의 은퇴준비를 하고싶은 유혹이 한번쯤은 생기게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독신이라 친인척들의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다던 고국의 현직 대통령도, 자의든 타의든 퇴임 후를 대비한 듯한 재단을 설립해, 노년을 준비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까지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으나, 아직까지 대통령은 조용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만 이야기 해보자. 먼저 대통령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재단을 만든다고 기업들로부터 800억원 가까운 돈을 모았다. 기업들이 이 돈을 기부하겠다고 재단에 약속하면서 회사의 직인을 찍었다는데, 그 직인에 적힌 자기 회사이름의 맞춤법도 틀려있었다. 엉터리 직인을 누군가 사후에 만들어 찍은 듯하다. 또한 정부는 이 재단의 설립허가를 일사천리로 내준다. 게다가 이제와서 이 재단들이 문제가 되자, 이 재단과 상관이 없다던 단체가 이 재단을 해산 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통령 근처의 사람들이 800억원 가까운 돈으로 재단을 설립했는데, 이 재단의 설립부터 해체까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돈을 낸 기업들에게 물었단다. “돈은 누가 내라고 했나?” 기업의 대답이다. “다 아시면서…”

 

재단(Foundation)이란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아 놓은 돈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를 말한다. 그런데 재단은 설립자와 기부자의 관계에 따라 두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하나는 돈을 내놓는 사람이 직접 설립의 주체가 되는 경우다. 주로 엄청난 재력이 있는 기업에서 만든 재단들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에 록펠러 재단이나, 포드 재단, 또는 빌게이츠 재단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재단들은 사회공헌이라는 목적하에 기업가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재단 중에는 장학재단도 있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들은 어마어마한 기금을 가진 장학재단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재단들은 대부분 기업이나 동문들이 기부를 한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부를 한 기업이나 동문들은 기부를 한 자격으로 재단을 직접 운영하든지 재단운영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종류의 재단들이 있다. 최초에 설립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재단을 운영하는 주체가 돈을 내놓는 측과는 다른 재단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클린턴 재단이다. 클린턴 재단은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2001년에 만들어진 재단이다. 물론 클린턴 부부도 해마다 백만달러 이상씩을 이 재단에 기부를 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거액을 기부한 단체나 개인은 그들 부부가 아닌 외부의 기업들이거나 해외의 다른 나라들이다. 이 재단이 지난 15여년간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으로부터 기부받은 돈은 20억달러 정도나 된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과 대통령 후보인 사람이 좋은 일을 하겠다니 다른 사람들이 돈을 낸 것이다.

 

설립자가 돈도 내고, 직접 운영을 하는 첫번째 경우와는 달리 재단의 설립자와 기부자가 서로 다른 두번째 경우를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이 경우에는 설립을 외친 사람의 영향력에 따라서 재단의 규모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클린턴 부부는 세계적인 부자들에게 억지로라도 돈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클린턴 부부가 아무리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나라의 개인과 기업들이 우리 돈으로 2조원이 넘는 돈을 클린턴 재단에 기부했다는 것은 클린턴 부부의 영향력이 무서웠거나, 그들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서 였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고국의 800억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돈을 모으겠다고 외친지 2 개월 만에, 그것도 검찰이 대기업 하나를 손보는 와중에, 대한민국 최대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800억을 내놓았다면, 무서워서 내놓은 것 빼놓고 무슨 이유가 있을까? 누가 내놓으라고 외쳤는 지, 아니면 누구를 등에 업고 외쳤는 지 궁금한가?  “다 아시면서….”

RELATED ARTICLES
- Advertisment -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