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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February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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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어는 이제 ‘선택’ 아닌 ‘필수’”

40년 역사 시카고지역 한국학교 전환점에 서다

한국어는 이제 ‘선택’ 아닌 ‘필수’”

학교·학생수 감소등 어려움 불구, 2세대 학부모들 자녀는 증가세…고무적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는 시스템 구축돼야

 

언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나라와 나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력과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카고지역에 한국학교가 설립된 지 40년이 다가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는 한국학교의 현황과 대안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 한국학교 현황

해외에서 나고 자란 한인 후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올바른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전 세계 166개국에 2천여개의 한국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내 한국학교수는 1천여개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중 중서부지역(13개주)의 한국학교는 총 121개이며, 일리노이주에는 37개가 운영되고 있다. 일리노이주내 한국학교는 95%가 종교단체 부설로 운영되고 있고, 주말학교 컨셉으로 대부분 토요일에 수업이 이뤄지며 학교마다 수업시간은 길게는 5시간30분부터 짧게는 1시간, 평균적으로는 3.4시간 진행된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가 2012년 표준교육과정을 10년 만에 개정하여 미국내 한국학교에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의 틀을 제시하고 교육시스템과 질을 높이고 있음에도 각 지역 학교수와 학생수는 줄고 있는 추세다. 시카고한국교육원의 관련 자료에 의하면, 중서부지역 한국학교수는 2010~11학년도에는 총 135개에 학생수는 5,264명, 2013~14학년도에는 학교수 125개에 학생수는 5,247명, 2014~15학년도에는 학교수 123개에 학생수 4,984명, 2015~16학년도에는 학교수 121개에 학생수 4,941명으로 파악됐다. 5년간 학교수는 14개가 줄었고, 학생수는 323명 감소했다. 감소폭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NAKS 최미영 총회장은 “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이 한국어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다. 대게 부모님들은 한국사람이니 당연 한국말 잘하겠지라 생각하고 한국어 교육에 소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모국어이자 외국어다. 한국학교에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한국어사용 등 자녀 한국어교육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놓치고 있는 한국어의 중요성

일리노이주내 한국학교 37개 학교 가운데 학생수가 50명 이하인 학교는 전체의 57%인 21개에 달하며 이들 학교는 NAKS의 표준교과과정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여건과 지원금 부족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학교 재학생 감소의 이유를 들자면 먼저 한국어교육을 향한 학생들의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체성 함양단계를 거치지 않고 ‘부모가 한국인이니 자녀도 당연히 한국말 잘해야지’라는 단순한 이유로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은 나이가 어릴지라도 자신의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들에게 오히려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과거 한때 한국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 한인 2세들 중 상당수가 “한국어를 왜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시켜준 사람은 없었기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필수요소는 아니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유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인 이민가정들이 경제적으로 정착 해갔고, 영어가 가능한 학부모 층이 늘자 가정에서도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거나 부모는 한국말, 자녀는 영어로 대화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이에 ‘한국어를 황금주말까지 바치며 굳이 배워야 하나, 집에서 이정도 하면 되지’와 같은 인식이 퍼진데다 ‘여긴 미국이니까, 그 정도 모르는 건 당연해’라는 타협 아닌 타협으로 한국어교육을 소홀하게 됐다. 이런 인식의 부작용으로 특히 고학년 학생의 경우 특활,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제일 먼저 한국어교육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재 한국학교 학생수의 80%이상이 4학년 미만의 저학년 학생들이며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그 수는 급감한다. 고학년생들의 대부분이 한국어교육을 멈추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한국어 실력을 갖춘 한인 2세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서부한국학교협의회 윤현주 회장은 “고학년 학생들이 적은 이유는 대학 진학을 위해 많은 과외활동을 하면서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한국학교에 출석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학년생이라도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윤현주 회장은 “근래 들어 어린 학생들이 부쩍 증가하는 등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2세 젊은 부모들이 3세인 자녀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 한국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상한국학교 김지민 교장은 “한국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이 같은 학생분포의 새로운 흐름을 파악해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타한국학교

지난해 열린 꿈나무 열린 마당에서 학생들이 전통 북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한국어는 옵션이 아닌 필수!

한국경제와 한류문화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며 미국에서도 한국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인 2세 학부모 사이에서 한국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편승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내 자녀들에겐 제대로 가르쳐줘야겠다는 한인 2세 학부모들의 인식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1995년부터 한국어가 대학입학평가시험중의 하나인 SAT II 외국어 과목에 채택된 이래 한인자녀들에게 한국어 구사가 대학입학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인 2세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배우게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무궁화한국학교 한지은 교감은 “2세 부모들이 자신이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자녀들을 한국학교에 보내는 사례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국어를 못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등록안내, 등록신청서 등을 한/영으로 배포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영어권 자녀들을 위해 이중언어반도 시작됐다. 현시점에서 2세 부모들은 한국어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새로운 경향과 추세에 한국학교는 주목하여 변화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더욱더 많은 한인 2세 학부모들의 참여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 외국어대 교육대학원 김재욱 교수는 “미국시민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기본 정체성은 한국사람이다. 또한 한국어를 배움으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통해 더욱 넓어진 언어영역은 곧 자녀의 사고방식이 넓어지는 열쇠”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인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은 오히려 자녀들이 미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길임을 자각하여 가정에서 한국말을 쓰도록 노력하는 등 부모-자녀간 꾸준한 대화와 관심이 필수적인 과정이다.

■ 내 자녀가 한국학교에 가는 이유

한국학교에 2학년, 5학년, 7학년 세 자녀를 보내고 있는 캐씨 조씨는 “한국학교를 보내려고 했을 때 한 교장선생님께서 ‘부모님들이 한국학교를 옵션이라 생각한다면, 아이들도 옵션이라 생각합니다. 일주일 단 하루 한국어 수업이 생일파티, 여행 등 보다 우선 순위가 높다고 생각하실 때 보내십시오’라고 했을 때 그 말이 강하게 와 닿았다. 지금은 아이들이 귀찮아 할 때도 있고 부모로서 지칠 때도 있지만 더 멀리 보면 한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얻는 장점이 더 많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2학년 자녀를 둔 줄리 김씨는 “일주일에 단 하루 배우는 것이 언어를 습득하기엔 짧은 시간이라 생각하지만 가족이 한국인이기에 아이가 한국말 해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보내고 있다. 우리 아이는 한국어 왜 배우고 싶냐 하면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가 있는 한국에 갔을 때’를 위해서라고 한다”고 말했다.

7학년 자녀를 둔 고명희씨는 “어릴 때부터 한국학교에 다녔고 역사공부를 여기서 하다 보니 집에서 사극드라마 보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좋아하다 보니 집에서도 한국어만 사용한다. 또한 아이가 한국학교를 통해 한국능력시험을 준비할 쯤엔 한국어가 부쩍 더 늘었던 것 같다. 어딜 가든지 아이와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갈보리한글학교 이선회 교감은 “미국에서 자라며 어릴 때는 티가 안 나도 대학가면 한국어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요소였는지 보이게 된다. 한국인이라는 기본 정체성을 튼튼히 갖춘다면 아이의 심리적인 부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유경 시카고한국교육원장은 “미국에 왔으니 미국교육시스템에 적합한 교육만 추구하기보다 쉽지 않지만 한국교육을 통해 아이의 정체성 확립시켜주는 것을 늦추면 안 된다. 부모님들께서 믿고 한글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주고,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고 있으며 헌신의 자세로 봉사하는 선생님들의 수고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윤현주 회장은 “한국학교는 다양한 체험 활동과 수업방법을 도입해 학생들의 흥미를 높여 한국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교사연수회 등을 통한 질적 전문성 향상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대에 한인 차세대들에게 올바른 뿌리 교육을 시켜 자라난 학생들이 확고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고 한국과 미국 사회 속에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홍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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