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피킹 Apple Pi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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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지난 주간 시카고 은퇴목사회 주관으로 애플 피킹을 하는데 5가정이 참여하고 현직 목회자 두 분이 버스와 음식으로 섬기겠다고 자원하여 너무 감격이었다. 출발 장소에서 미시간에 있는 과수원까지는 두 시간 거리라니 멀지도 않게 위치하고 있다. 시카고에서 30년가까이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목회할 때는 교회 밖의 일에 신경 쓸 틈이 없었지만 은퇴한 후에는 다른 여러 곳으로 부름 받아 다니면서 이런 여유를 가지지 못하였다. 아내는 과수원집 딸이라 치아를 망가뜨릴 정도로 사과를 너무 좋아하였지만 하루 사과 하나를 먹으면 의사를 볼 일이 없다는 말을 따라 나도 가능하면 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 것을 식생활이 되게 하였기에 이 날을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 팬데믹 기간 여행을 자제하고 있다가 12명 친밀한 얼굴들이 함께하는 버스여행이 참 오랜만이라 새로운 날이 온 것 같다.

복잡한 시카고를 벗어나 하늘은 맑고 지나가는 풍경은 옛정을 일깨워주는데 중간 맥도날드에서 조반을 대접받는다. 베풀고 받는 사랑과 친절, 서로가 나누는 따뜻한 말과 마음은 모두에게 즐거움이다. 미시간 지방 길에 들어서서 과수원으로 가는 길은 정말 과수 숲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끝이 보이지 않는 과수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고 우리는 바구니를 하나씩 집고 달구지 같은 차를 타고 사과밭으로 가다. 여기는Lemon Creek Winery로 1850년대 포도원과 포도주 생산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포도만 아니라 사과 배 복숭아 매실 등 각종 과일을 재배하고 일정 기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과일을 마음껏 따게 한다.

줄줄이 들어선 사과나무들, 땅에 떨어진 사과, 나무에 달린 사과, 전체가 사과다. 에덴의 풍경이 눈 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사과 종류가 다양하다. 골든 딜리셔스, 레드 딜리셔스, 몰리 딜리셔스, 갤라, 제스타, 골든 수프림, 조나골드, 엠파이어, 조나단 등 여러가지 중에서 누구나 자기가 선호하는 것을 택한다. 먼저 나무에 달린 과일을 따서 맛을 보니 일반 가게에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신선하고 부드럽고 즙이 많고 향기로와 입만 아니라 뇌와 마음, 눈과 몸 전체를 감동시킨다. 일행은 모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땄기에 만족스런 모습이다. 다시 찾아온 달구지를 타고 본부에 가니 종류와는 상관 없이 모두 같은 값으로 무게에 따라 계산을 한다. 모두가 흡족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시카고로 돌아오는 길에 골든 코랄 식당에 들려 저녁 대접 받고 나니 이미 시카고는 러시 아워가 되었다. 시카고 레이크쇼 길로 들어가 세계 최고의 건축 마천루 야경을 바라보며 운전하는 목사님의 능란한 시카고 다운타운 일등 관광 안내는 기대 밖의 소득이었다.

이번 애플 피킹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 세상을 보았다. 세계는 70억 인구로 끝없이 펼쳐진 사과밭과 같다. 종류별로 모양도 색깔도 맛도 질감도 각각이 독특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자에게는 최고의 것이라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 이에게는 잊혀진 존재가 된다. 인종과 종족의 각각은 나름대로 최고의 맛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정 받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나 값은 싸고 비싼 것이 없이 모두가 동일하다. 창조주 앞에서는 무슨 일을 했는가 무게는 달라도 존재로서는 누구나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것임을 더욱 깨닫고 돌아온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