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반지 돌려받으러 갔다가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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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시내 머시병원 총격범은 30대 대학원생

 

<속보> 시카고시 남부 소재 머시병원에서 총기를 휘둘러 옛 약혼녀인 의사와 병원 약사, 경찰관 등을 살해하고 숨진 후안 로페즈(32, 사진)는 구직과 구애에 모두 실패한 인물이었다.

시카고 경찰은 20일, 로페즈가 5년전 소방관 육성기관 시카고 소방학교에서 훈련받다 여성 훈련생 2명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가 제기돼 중도 탈락하자 총격 위협을 가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또 4년 전에는 한 여성이 “로페즈가 끊임없이 보내는 문자 협박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보호 요청을 했었다고 부연했다.

로페즈는 19일 오후 3시쯤 머시병원 주차장에서 전 약혼녀인 이 병원 응급실 의사 타마라 오닐(38)과 이야기를 나누다 총을 쏘고, 경찰이 현장에 나타나자 건물 안으로 몸을 피해 레지던트 1년차 약사 데이나 레스(24) 등에게 무작위 총격을 가했다. 이어 뒤따라오는 경찰과 추격·대치를 벌이다 새뮤얼 지메네즈 경관(28)에게도 치명상을 입혔다. 총격 피해자 3명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사망했고, 로페즈 본인도 머리에 총상을 입고 현장에서 숨졌다.

오닐의 가족들은 “로페즈와 오닐이 6개월 전 약혼했으나, 종교관 차이로 인해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지난 9월 파혼했다”면서 “로페즈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료들은 오닐이 교회와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헌신한,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로페즈는 오닐에게 “약혼 반지를 되돌려 달라”며 찾아갔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응급실 사무직원 스티븐 믹슨은 “사건 발생 2시간 전인 오후 1시 무렵 로페즈가 ‘약혼녀 오닐’을 찾는 전화를 했으나, 오닐은 ‘환자와 같이 있다고 해달라’며 통화를 피했다”고 전했다. 믹슨은 “오후 3시경 근무를 마치고 병원 앞에서 차량공유서비스를 기다리다가 오닐이 한 남성(로페즈)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내게 손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여 다가가는데 총성이 울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로페즈가 오닐을 쏘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경찰차를 향해 총을 발사한 후 바닥에 쓰러진 오닐에게 추가 총격을 가했다고 부연했다.

시카고 abc방송은 로페즈가 2008년 결혼했다가 2015년 이혼했고, 지금까지 전처와 양육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2014년과 2015년, 전처 등에게 총기 위협을 가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경찰 대변인은 로페즈가 총기 은닉 소지 허가를 갖고 있으나, 허가증 발급 과정에서 총기 위협 혐의가 검증을 받았는 지는 불분명하다면서 그가 지난 5년 사이 4자루의 총기를 불법적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로페즈는 시카고 주택관리국 고객센터 직원, 병원 경비요원 등으로 일자리를 전전하다 현재 대학에서 공공서비스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카고 경찰관이 총격 용의자를 제압하려다 총에 맞고 숨진 사고는 올들어 벌써 두 번째다. 숨진 경찰관 지메네즈는 어린 삼남매를 둔 가장으로, 지난해 시카고 경찰이 됐다. 또 무작위 총격의 피해자인 레스는 약대 졸업 후 지난 7월부터 이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내년 여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카고시는 3명의 무고한 총격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20일 전 공관에 조기를 게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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