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63> 여성들이 예배시간에 면사포를 써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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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한글 개역성경의 고린도전서 11장에 충실하자면 여성들은 예배시간에 머리에 면사포(베일)을 쓰고 있어야만 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 여성들에게 이렇게 강력하게 명령했다. “무릇 여자로서 머리에 쓴 것을 벗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자는 그 머리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 이는 머리를 민 것과 다름이 없음이라. 만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든 깎을 것이요 만일 깎거나 미는 것이 여자에게 부끄러움이 되거든 가릴지니라… 너희는 스스로 판단하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마땅하냐”(고전 11:5-6, 13, 개역개정).

그래서 지금도 여성 천주교 신자들은 미사 때에 면사포를 쓴다. 개신교회는 이 본문을 보통 당대의 문화적인 것으로 치부하여 문자적으로 그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영어 성경들도 여성들이 베일을 써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다(예를 들면 NRSV, NEB, JB 등).  그런데 이 본문의 헬라어 원문을 살펴보면 이른바 써야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목적어가 없다. 즉 개역 성경의 번역에도 나타나듯이 암시되어 있는 ‘베일’이라는 단어를 원전 본문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단락의 5-6절을 좀더 문자 뜻 그대로만 옮긴 직역은 NIV의 것이다. 그대로 한글로 옮겨보자. “머리를 ‘덮지 않고’(uncovered) 기도나 예언을 하는 여자들은 그녀의 머리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머리를 밀어버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만일 여자가 자신의 머리를 ‘덮지’(cover) 않는다면 차라리 머리를 잘라버려야 할 것입니다. 머리를 자르거나 밀어버리는 것이 여자에게 수치라고 생각한다면 머리를 ‘덮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여성이 머리카락(hair)으로 머리(head)를 덮거나 덮지 않고 풀어헤친 일에 대한 언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머리를 ‘덮는다’는 것은 머리카락을 풀어 늘어뜨리지 않고 한데 매어 머리 위에 단정하게 올려놓는 것을 뜻한다.

사실 그리스나 로마 문화에서 여성이 베일을 쓰는 것은 정상적인 관습이 아니었다. 따라서 예배 중에 베일을 쓰지 않은 것이 논란거리나 수치로 간주될 수가 없었다. 반면에 여성들이 공중석상에서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모양은 전통적으로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졌고 매춘부들과 연관된 표식이거나 아니면 디오니시우스, 키벨레, 이시스 등에 연관된 종교들의 황홀경 상태의 제의(祭儀)에 사로잡혀있는 여자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의 예언 행위의 모습이 이교 제의에서 여 사제들이 보이는 광란적 행태와 분명하게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참고, 14:26-33, 37-40). 예배 시간에 우리의 외모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경건의 차원에서 단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단정함의 외모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문화적이니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과민하지는 말자. 염색한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예배에 오는 젊은이들에게 괜히 눈총 주지는 말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