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 취급” 관례 깨고 트럼프 맹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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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9일 열린 전당대회 3일 차 행사에서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월밍턴=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9일 열린 전당대회 3일 차 행사에서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월밍턴=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있다.[AP 연합뉴스]

美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후보 지명
미국독립혁명박물관 찾은 오바마
화상연설 통해 작심 발언 쏟아내
‘미래 리더’ 해리스 수락연설서
“트럼프가 생명과생계 희생시켜
누구나 사랑받는 공동체 만들 것”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이 19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민주당은 전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확정한 데 이어 이날 11월 대선 승리의 염원을 담아 바이든-해리스 후보 체제를 출범시켰다.

민주당은 전대 사흘째인 이날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 의미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고삐도 더욱 조였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비판을 삼가는 전직 대통령의 관례를 깨고 융단 폭격을 가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민주당의 결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리스 의원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된 3일 차 전대 행사에서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를 둔 이민 2세 해리스 의원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첫 흑인 여성일 뿐만 아니라 첫 아시아계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해리스 의원은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변곡점에 놓여 있다”면서 “트럼프의 리더십 실패가 생명과 생계를 희생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어머니는 자랑스럽고 강인한 흑인 여성으로 우리 자매를 키웠고 인도 유산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게 했다”면서 “외모와 출신지에 상관 없이 모두가 환영받는 사랑스러운 공동체를 만드는 데 헌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과 백인 중심주의와 각을 세우면서 인종 다양성의 대변자를 자임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州) 법무장관을 거친 초선 상원의원인 해리스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첫 여성 부통령이란 역사적 기록을 갖게 된다. 특히 55세인 해리스 의원은 77세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재선 도전이 쉽지 않은 만큼 4년 뒤엔 대권 도전 가능성이 높다. 이날 부통령 지명은 민주당의 미래 리더를 낙점하는 의미도 담긴 것이다.

이날 전대 행사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19분간 진행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라이브 연설이었다.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공격에도 현직 대통령 비판을 삼가는 관례를 따랐던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절박한 호소로 트럼프 대통령을 맹폭했다.

연설 장소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미국독립혁명박물관 내 헌법으로 벽면이 장식된 방을 선택한 것도 상징적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직의 무게를 느끼고 민주주의에 대한 경외를 발견할지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 취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17만명이 죽고 일자리 수백만개가 사라졌으며 자랑스러운 세계적 평판이 손상됐다”며 코로나19 사태의 참상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전대 연설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04년 존 케리 당시 후보를 추대하는 연사로 나와 전국구 스타가 됐고 4년 뒤 백악관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설이 희망과 통합의 긍정적 비전을 다뤘던 데 비해 16년 뒤 다시 나선 전대 연설은 시종일관 무거웠고 때로 감정에 북받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의 어두워진 메시지는 나라가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현직 대통령을 몰아내야 한다는 당의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54%의 호감도를 보이는 등 여전히 정치적 위상이 상당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호감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분석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우리의 삶과 생계가 걸린 것처럼 투표하라”는 등 연설 내내 단합과 투표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가 300만표를 더 얻고도 질 수 있다”면서 “압도적 수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도입부에서 “잊지 말라”고 한 건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280만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뒤졌음을 상기시키는 절박한 호소이자 경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오바마와 바이든이 잘 했다면 내가 여기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는 4년 전 대선 승리의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듯 트위터에도 “환영한다. 버락과 사기꾼 힐러리. 전쟁터에서 보자”고 썼다.<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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