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51] 세상의 종말론과 성경의 종말론···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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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치고 들어오니 역사의 종말에 대한 잠재적 공포감이 슬금슬금 다시 고개를 드는 것 같다. 성경은 분명히 종말론적이다. 성경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좋은 격언들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다. 신약성경이 말하는 ‘구원’은 본질적으로 심판의 형벌로부터 건짐을 받는다는 의미를 지닌 종말론적 개념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속의 ‘종말론’ 이해의 눈으로 성경의 종말론을 보면 그 또한 큰 착오다. 노스트라무스 등으로 대표되는 무수한 세속의 종말론은 암울한 지구 멸망의 비관론들이다.

성경의 종말론은 근본적으로 이런 비관론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승리의 완결을 바라보는 구원론이다. 세속의 종말론이 멸망에 초점을 둔다면 성경의 종말론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죄로 오염되어 갖가지 문제를 발생시키는 기성 질서는 어떤 모양으로든 붕괴될 것이다. 현재의 물질과 공간의 종결을 이렇게 예고한다. “이제 하늘과 땅은 그 동일한 말씀으로 불사르기 위하여 보호되신바 되어 경건하지 아니한 사람들의 심판과 멸망의 날까지 보존하여 두신 것이니라”(벧후 3:7).

그러나 그것으로 하나님께서 만든 세상이 끝장나 사라지고 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새로운 창조질서가 약속된다.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바라보고 간절히 사모하라.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가 있는 곳인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벧후 3:12-13). 성경의 종말론은 현재의 공간과 시간이 와해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그 이후 만들어지는 더 좋고 온전한 ‘새 하늘과 새 땅’(新天地, 이 좋은 용어를 자신들의 사이비 집단에 붙여 의미를 퇴색시킨 그 사람들이 원망스럽다)을 바라보는 소망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말하는 말세(末世)는 그냥 한 세상의 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어렵지만 성서의 종말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탐구해야 할 말씀이 고린도전서 10:11이다.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헬라 원문에 충실하여, 말세라고 번역이 된 ‘타 텔레 톤 아이오논’(τὰ τέλη τῶν αἰώνων)을 직역하면, ‘이온(aeon)들의 끝들’ 즉 ‘시대들의 끝들’이 된다. 즉 두 시대(aeon)의 ‘가장자리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닿아 있다는 뜻이다. 구시대는 사라져가고 있으며 새 시대가 그리스도 안에서 도래했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이 두 시대들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성경적 ‘말세’의 의미다. 옛 시대가 끝난다. 그리고 새 시대가 온다. 옛 세상이 불타 와해되고 새 세상이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며 멸망이 아니라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