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53] 베드로의 ‘데자뷔’, 그리고 혹시 나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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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부활절 이후 기독교 주일의 타이틀은. 부활절 둘째 주, 부활절 셋째 주 등으로 이어진다. 기독교는 그렇게 부활절의 계속 내지는 부활절 호전(好轉) 반응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다시 사신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들의 경이감과 회복의 증언들로 이어졌다. 부활 만남의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건이 있다. 이미 다 끝난 요한복음서에 에필로그처럼 더해진 21장에서 읽는 게네사렛 호숫가에서의 아침이다. 몽환적 느낌까지 주는 이 일을 나는 베드로의 ‘데자뷔’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의 일이다. 디베랴 호수(갈릴리 호수를 가리키는 로마 식의 명칭)에서였다. 세 번의 예수님 부인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소명 자체를 취소당했을 것이라 생각했을 법한 패잔병 베드로가, 떠났던 옛 직업으로 돌아가려는 듯이 몇 제자들을 부추겨 하릴없이 고기를 잡으러 갔다. 밤새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해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새벽이 되어 어스름한 그때 호숫가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고기 좀 잡았소?” 하고 묻는다. 시큰둥해서 ‘못 잡았다’ 하고 응수했을 텐데 그 사람이 말한다. “배 우편으로 그물을 던져보시오.” 뭐하는 사람인가 의아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데 못할 것 없다 생각해서 그쪽으로 그물을 던졌는데 들어올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기가 잡혔다. 그 순간이 이들에게 ‘데자뷔’였다.
‘데자뷔’(Deja Vu)는 불어로 ‘이미 본’(already seen)의 뜻인데, 처음 겪는 일이지만 언제 어디선과 이미 경험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기시감’(旣視感)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처음에 소명을 받을 때 베드로와 그 주변 친구들의 상황이었다(눅 5:1-12). 그때도 밤이 맞도록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일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베드로의 고깃배를 강단 삼아 말씀 전하시기를 마친 예수께서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 했다. 미덥지 않았으나 명령 같이 느껴지는 조언을 왠지 거부할 수 없어 따랐더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다. 그때 예수께서 그를 불러, 고기 잡는 어부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사람 낚는 제자가 되어 그분을 따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베드로가 소명을 받은 사건이었다.
그 소명감을 상실한 지금, 예수께서 의도적으로 조성한 ‘데자뷔’에 그들은 그 새벽 호숫가의 그 분이 예수님인 것을 즉각 알아챘다. ‘특별히 사랑받던 제자’가 먼저 외쳤다. “주님이시다”(요 21:7). 과거의 소명 장면을 ‘데자뷔’로 끌어온 사랑의 연출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예수께서는, 세 번 부인하여 만신창이 된 베드로의 소명의 상처를, 세 번 사랑을 고백하게 하심으로써 온전하게 싸매 치유한 뒤 그를 다시 부르신다. 내 양을 먹이라(21:15). 내 양을 치라(21:16). 내 양을 먹이라(21:17). 이것도 세 번이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신에게 펼쳐진 ‘데자뷔’가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