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19] 예수님의 사생아 스캔들과 성탄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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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예수님과 반항적인 유대인들 사이에 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예수님께서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그들의 아비(조상)가 아마 마귀일 것이라 암시하자 분이 난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출생 배경을 넌지시 조롱하는 발언을 한다. “우리가 음란한 데서 나지 아니하였고 아버지는 한 분 뿐이시니 곧 하나님이시로다”(요 8:41). 그리스어 원문을 읽어보면, 자기들이 ‘포르네이아’(πορνεία)를 통해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개역성경에서 ‘음란’으로 번역된 ‘포르네이아’는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혼외(婚外)의 불륜(不倫)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영어성경에서는 ‘우리는 사생아가 아니다’(We are not illegitimate children, NIV, NRSV)로 번역한다. 갑자기 자기네가 사생아가 아니라는 말을 왜 할까? 예수의 출생에 대한 의혹을 은근히 조롱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당신처럼 사생아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부르신 조상 아브라함의 정통 자손이니 아버지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비아냥이었다.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사생아라는 수군거림을 듣고 살았다. 예수님 동네 사람들이 그분의 권능을 보고 나서 의아해하는 발언을 하는데, 뜯어보면 그 표현이 특이하다.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막 6:3a).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금방 알아챌 수 있는 것 하나가, ‘이새의 아들 다윗’, ‘눈의 아들 여호수아’, ‘요한의 아들 시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요즘과 같은 ‘성’(姓, family name)이 없었던 유대인들은 자신의 친아버지 이름과 함께 신분 확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웃 사람들이 예수님을 그 어머니 이름에 붙여 ‘마리아의 아들’이라고 부른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요즘으로 보자면 아버지 성을 따를 수 없어 엄마 성을 따른 경우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요셉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지칭(指稱)은 아니다. 이 역시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사생아 취급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현상이다.

중세의 유대교 문헌에서 예수는 ‘벤 판데라’(판데라의 아들)로 불렸다(Babylonian Shabbat 104b, Babylonian Sanhedrin 67a). 일 세기 유대 지역 로마 주둔군 소속이었던 게르만 용병 ‘판데라’라는 바람둥이와 현지 여인 마리아의 불확실한 관계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예수였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에게 나신 예수님께서 어린 시절에 짊어져야만 했던 출생 신분의 부담이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마 1:23, 사 7:14).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죄인 아닌 인간이 되어 죄인인 인간을 대속해야 했던 그 신비의 사건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은 이처럼 부담스러운 역사 현실이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6-7).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적 차원에서 사생아 스캔들까지 짊어져야만 했다. 이 수치와 억울함의 이야기가 우리의 성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