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그 남자, 좋은 간호사 (The Good Nurs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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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 실제 일어났던 스토리가 갖는 파워가 있는 반면 아는 내용이라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올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10월 26일 부터 넷플릭스에 올라 온 신작을 소개한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무려 29명의 환자를 살해한 ‘찰리 컬런’과 환자의 안위보다 병원 이익만 추구하는 의료 시스템을 고발한 ‘찰스 그래버’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토대로 만들었다. 시대물에 어울리는 영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과 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카 채스테인’이 차분하고 절제된 연기로 두시간 넘는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두 딸을 키우는 싱글 맘 ‘에이미 라우렌’은 뉴 저지의 한 종합 병원에서 야간 간호사로 일한다. 심근 장애를 앓고 있는 그녀는 상태가 나빠지면서 심장 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일 한지 일년이 안되어 의료 보험 헤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 그녀는 자신의 병을 숨긴 채 힘겹게 버티는데 이제4개월만 견디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어린 두 딸을 돌보기 위해 계속 밤근무를 하느라 심장에 무리가 가는데도 쉴 수가 없다.  병원측은 딸리는 일손을 위해 경험많은 간호사 ‘찰리 컬런’을 새로 고용한다.  노련하고 친절한 찰리는  첫날부터 에이미에게 구세주같은 존재가 된다. 환자들을 능숙하게 돌보고 에이미의 심장 상태를 알고 조용히 곁에서 돕느다. 이혼남인 찰리는 전처가 키우는 딸들을 그리워하면서 에이미의 두 딸들에게도 잘 해준다.

에이미는 의리있고 따뜻한 찰리에게 신뢰와 우정을 느끼고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찰리가 도착 이후 에이미의 담당 환자가 갑자기 사망한다. 병원측 위기 관리 팀장인 ‘가랜’은  혹시 나중에 있을 지도 모를 소송에 대비,

책임 회피를 위해 지역 경찰에게 보고한다.  두 형사 ‘볼드윈’과 ‘브라운’은 단순한 환자 사망에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환자 의료 기록을 축소하는 병원측에 의아해 하다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찰리 컬런의 이름을 발견한다.

찰리는 16년동안 9개 병원에서 근무했다. 그가 일하는 동안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사망한 환자들이 많았고 간호사들 사이에서 그를 의심하는 소문들이 돌았지만 어느 병원도 그에게 책임을 묻거나 경찰에 보고하지 않았다. 덕분에 찰리는 계속 병원을 옮기면서 간호사로 근무할 수 있었다.

에이미의 또 다른 환자가 사망하고 그녀의 몸에서 과도한 인슐린이 발견되자 에이미가 경찰 수사에 협조한다. 에이미는 찰리가 창고에 보관된 환자용 수액 파우치들에 치사량의 인슐린을 주입해서 환자들이 서서히 쇼크에 이르고 마침내 사망하는 것을 알아낸다. 찰리는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인을 해 온것이다. 병원 책임자 가랜은 찰리의 살인을 알게 되지만 손해를 피하기 위해 침묵하고 그를 해고한다. 찰리는 다른 병원에 취직을 하고 계속되는 살인을 막기 위해 에이미와 경찰이 함께 움직인다.

찰리 컬런은 현재 복역중인데 살인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살해한 환자가 수백명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에디 레드메인의 절제되고  조용히 미소짓는 찰리는 어떤 악행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흠칫하고 서늘하다. 왜 이런 살인마가 되었는지 설명도 없다. 에이미를 한결같이 돕고 보호하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힘일 것이다. 화장기없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생활 연기도 물 흐르는 듯 하다.

다만 범죄 스릴러물이라고 볼 때 극적 긴장과 반전이 없는 것에 밋밋한 느낌도 든다. 두 형사역의 배우 ‘은남디 아소무라’(풋볼 선수 출신의 체격과 성실한 얼굴이 형사역으로 딱이다.)와 ‘팀 브라운’이 뜻밖에 훌륭한 콤비를 보여준다. 이들이 주연하는 형사물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가랜역의 ‘킴 디킨스’도 탁월하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좋아서 두 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