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사랑 후에 남겨진 두 여자(After Love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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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영국 여자 ‘메리’는 십대때 만나 사랑에 빠진 파키스탄 남자 ‘아흐메드’와 결혼하기 위해 무슬림으로 개종하고 수십년을 부부로 해로했다. 항해사인 남편은  일때문에 그들이 사는  영국의 켄트, 도버 지역에서 프랑스 ‘칼레’를 정기적으로 왕복한다. 남편이 돌아 올 무렵이면 메리는 까마득한 도버 절벽에 서서 남편의 배를 향해 미친듯이 손을 흔들곤 하는데 남편은 그런 아내를 걱정하며 전화에 자상한 메시지를 남긴다.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고

메리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남편의 친척들과 장례를 치룬다.  다음 날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메리는 남편의 지갑속에 숨겨진 낯선 여자의 사진을 발견한다.  남편의 핸드폰 통화 내역을 살피다 G라는 이니셜의 여자와 다정하게 주고 받은 문자들을 읽고 혼란에 빠진다. 그 번호로 전화를 하니 프랑스 여자가 받는다.  메리는 무작정 그녀가 사는 북부 프랑스 칼레 마을로 떠난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주소지를 찾아가니 중년의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청소부로 착각하고 집안으로 들인다.  그녀 ‘주느비에브’는  아름답고 세련된 전문직 여성이다. 자신의 신분을 미처 밝히지 못한 메리는 곧 이사할 주느비에브 집에서 청소와 이삿짐 싸는 것을 돕게 된다. 그리고 남편을 꼭 닮은 그녀의 고등학생 아들 ‘솔로몬’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내면의 엄청난 감정의 회오리를 어쩌지 못하고 묵묵히 일을 하는 메리에게 주느비에브는 열쇠를 맡기며 이사갈 때까지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호텔에 돌아 온 메리는

남편이 남긴 마지막 전화 메세지를 수없이 듣고 또 들으며 괴로워 한다.

메리는 일을 하면서 주느비에브의 속 사정을 듣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 위해 결혼을 포기하고 아들까지 낳았고 그가 영국에 아내가 있고 두집 살림 하는 것을 받아들이며 산다는. 집안 곳곳에 남편과 주느비에브 모자가 행복하게 찍은 가족 사진들이 있다.  남편의 죽음을 모르는 주느비에브는 이사하는 것과 아들 문제로 남편의 전화기에 메세지를 남기고

 

메리는 남편의 배신과 죽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솔로몬과 남편의 여자에 대한 묘한 연민으로 복잡하고 슬프다. 메리는 솔로몬에게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모자는 메리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메리는 결국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남편의 죽음을 알린다. 아버지에게 다른 가정이 있는 줄 몰랐던 솔로몬은 분노하고 주느비에브도 폭발한다.

영국에 돌아 온 메리는 남편의 무덤을 찾은 주느비에브 모자를 집으로 들이고 그들에게 남편의 흔적과 삶을 공유하게 한다.

파키스탄 출신 감독 ‘알림 칸’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국 배우 ‘조안나 스캔런’은 많은 대사없이 눈빛과 미세한 표정만으로 절망과 혼돈의 메리를

절절하게 연기한다. 히잡을 두르고 살집있는 몸매로 딱보면 남의 집 청소해주는 여자로 보이는 메리가 남편의 매력적인 숨겨진 여자 주느비에브를 만나면서 일으키는 내적 균열이 치밀하고 서럽다.

메리의 감정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해안 절벽과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펼쳐진다.절제되고 아름다운 촬영과 심금을 후벼파는 음악의 조화도 뛰어나다. 세사람이 아찔한 도버 절벽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은 묘하게 희망적이다.  사랑과 관계, 상실과 받아들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