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허니랜드 (Honeyland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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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뉴스를 보면 겁나고 비관적인 소식들 뿐이고 집밖에 나가지도 못해서 답답하고 우울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일주일에 한두번 극장에서 새로 나온 영화를 보는 것이 삶의 큰 재미였던 나도 모든 극장이 폐쇄라 다소 가라앉은 기분이다. 자연과 계절은 세상이 시끄럽거나 말거나 변함없이 그 본분을 다 한다. 우리가 겪는 이 끔찍한 난리도 자연의 순리를 거역한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이 불러일으킨 결과일 지도 모른다.

올해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와 최우수 국제영화상 후보로 올랐던

마케도니아의 영화를 소개한다. 자연에게 거저 공급받는 것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 조화를 깨트린 인간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 지 놀랍고 생생하다. 눈부신 촬영과 자연의 소리가 ‘마더 네이쳐’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만드는 뛰어난 작품이다.

발칸 반도의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외딴 산간 마을. 노처녀 ‘하티제’는 병들고 눈이 먼 팔순 노모를 돌보며 산의 암벽에 벌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녀는 수확한 꿀을 절반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벌들을 위해 남긴다. 인위적인 방법은 일체 쓰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만 벌들과 교류한다. 전기와 물이 없는 곳이라 모든 것을 자연으로 부터 공급받는다. 양봉꾼 할아버지는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언제나 벌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양식을 남겨 두는 것. 하티제는 4시간을 걸어 기차를 타고 수도 스코페로 나가 자신의 꿀을 팔아 필요한 것을 산다. 누워만 있는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고 고독하지만 평화롭다. 어느 날 ‘후세인’가족이 트레일러를 몰고 그녀의 이웃에 나타난다. 부부는 일곱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떠도는 유랑민. 외롭던 하티제는 그들을 지켜보며 아이들과 친해진다. 하티제의 양봉을 보고 후세인도 벌을 키운다. 하지만 후세인은 모든 꿀을 전부 가져다 팔고 굶주린 후세인의 벌들이 하티제의 벌들을 공격해 죽게 만든다. 꿀 수확을 못하게 되자 후세인 가족이 떠난다.

병든 어머니도 세상을 뜨고 슬픔에 잠긴 하티제는 홀로 남아 다시 벌들을 키우기 시작한다.

영화는 하티제가 산꼭대기로 올라가 암벽 사이에 둔 벌통에서 허니콤을 꺼내고 거기서 꿀을 모으는 과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양봉을 하면서 벌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하티제는 광야의 선지자같은 느낌이다. 제작진은 하티제 집 앞에 텐트를 치고3년을 머무르며 촬영을 했다. 산속의 낮과 밤에는 촛불만 이용해  400시간의 촬영을 했는데 벌들이 잉잉대는 자연의 소리도 그대로 담겼다. 하티제는 3년간 노란 블라우스와

펄럭이는 치마 한벌로 벌을 친다. 햇빛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과 투박한 손으로 항금빛의 꿀을 담는 과정은 신성하고 그윽하다. 경이로운 촬영은 3년의 시간을 보상한다. 우리가 먹는 꿀이 자연의 선물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