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그들만이 사는 세상 (The Intouchable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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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연말이 되면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쏟아진다. 상투적이거나 감상적이지 않고 감동과재미를 주는 프랑스영화가 있다. 개봉 당시 프랑스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유럽 전역을휩쓸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헐리우드에서 “The Upside” 라는 타이틀로 리메이크작이 만들어져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파리의 밤거리. 고급 스포츠카에 두 명의 남자가 있다. 운전석의 남자는 유독 까만 눈동자만 빛나는 아프리카 이민자 ‘드리스’이고 옆에는 사지마비 백인 남자 ‘필립’이다.

드리스는 신나게 차를 몰다가 경찰에 잡히자 필립이 위독해서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둘러댄다. 경찰차가 떠나고 드리스와 필립은 유쾌하게 웃는다.

 억만장자 필립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목 아래 부분이 마비되었다. 사랑하는 아내는 병으로 죽고 입양한 딸은 반항적이고 고용인들은 돈받은 만큼 일한다. 필립의 시중을 들 간병인을 구하는데 여러명의 지원자들이 몰린다. 드리스는 절도 혐의로 감옥에 있다가 가석방으로 나왔다. 파리 교외의 좁은 빈민촌 아파트에서 동생들과 숙모와 함께 산다. 드리스도 간병인에 지원한다. 애초에 간병인으로 일할 생각은 없다. 일자리를 얻기위해 지원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싸인을 받아 정부 보조금을 타기 위해서다. 가식적인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거침없고 솔직한 드리스에게 필립은 한달 간의 시험 고용을 제안한다.

드리스는 필립의 저택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필립을 씻기고 먹이고 옷 입히고 대소변도 받아낸다. 드리스는 자유로운 영혼과 따뜻한 심장,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다. 필립을 번쩍 들어서 휠체어에 태우고 머리를 감기고 면도를 해주면서 필립을 자신과 동등하게 대우한다. 문학과 미술, 음악에 조예가 깊은 필립을 통해 클래식 음악, 오페라, 그림을 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조금도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어쓰 윈드 앤 파이어”의 신나는 음악을 필립에게 소개한다. 또 함부로 행동하는 필립의 딸을 따끔하게 혼내주라고 충고해서 집안의 기강도 잡는다. 필립이 밤에 환상 통증으로 괴로워 할 때는 곁에서 머리를 쓰다듬고 위로한다.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우정과 신뢰가 싹튼다. 드리스는 필립이 ‘엘레노어’라는 여인과 편지로 사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드리스는 필립을 부추겨서 그녀에게 사진을 보내고 만날 약속을 잡게 한다.

약속날 드리스는 필립을 단장시키고 가정부 ‘이본느’를 함께 보내지만, 용기가 없는 필립은 엘레노어가 도착하기 전에 떠난다. 필립은 드리스와 자가용 비행기로 행글라이딩에 나선다. 드리스는 놀라움과 스릴로 환성을 지르고 조교의 도움으로 함께 탄 필립은 흐뭇해한다.

 드리스의 동생이 찾아온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형의 도움이 필요하다. 드리스의 처지를 알게 된 필립은 드리스를 내보낸다. 필립은 새로 간병인을 구하지만 쉽지 않다. 어느 누구도 드리스처럼 필립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한다. 필립은 절망속에 빠져들고 가정부 이본느는 드리스를 찾아간다. 돌아온 드리스는 한 밤중에 필립을 스포츠카에 태우고 파리 시내를 신나게 질주하다 경찰에 잡힌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즐거워한다. 드리스는 필립을 정성껏 면도시키고 멋지게 옷을 입힌 다음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 데려간다. 드리스가 나가고 필립 앞에 아름다운 엘레노어가 나타난다.

 필립과 드리스는 서로 다른 세상에 속해 있다. 필립은 궁전같은 저택에  자가용 비행기, 스포츠카, 고가의 예술품을 수집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 마비된 몸은 출구없는 감옥이다. 세네갈 출신 드리스는 오직 건장한 몸밖에 없다. 중년의 엘리트 백인 부자와 젊고 무식한 흑인 전과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놀라운 치유와 축복을 가져다 준다. 특히 영화 음악이 훌륭하다. 오프닝씬의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부터 비발디까지 팝과 클래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영화 내내 흥분과 기쁨을 느낀다. 필립의 생일 파티에서 드리스가 “부기 원더랜드”를 틀고 모두 신명나게 춤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프랑스 국민배우 ‘프랑수아 클루제’의 우아하고 절제된 필립과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키는 ‘오마 사이’의 거침없는 드리스의 연기가 뜨겁고 강렬하다. 프랑스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세자르’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포함  각종 영화제를 휩쓴 수작이다.  불어 제목 Intouchables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