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둘이서 함께 (The Lobst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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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kim

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사랑은 지극히 사적이고 행복한 감정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하지만 본인들의 자발적 감정이 아닌 사회의 규칙으로, 남녀가 무조건 커플을 이루어야만 살 수있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생각만으로도 황당하고 숨막히고 두렵게 느껴질 겁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디스토피아 도시.

중년의  ‘데이비드’는 아내에게 버림받고 싱글이 됩니다. 이 나라의 법은 싱글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혼자가 된 사람들은, 짝짓기를 위한 특별한 호텔로 보내집니다. 호텔 스탭들의 감시와 통제 속에 단체 생활을 하면서, 45일 내에 자신에게 맞는 파트너를  찾아 커플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기간 안에 짝을 이루지 못하면 실험실에서 동물로 변하게

됩니다. 어떤 동물로 변할 지는 본인이 정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의 형은 짝짓기에 실패해서 개로 변했습니다. 호텔에 들어가는 첫날, 데이비드는 다른 남녀 입소자들과 함께 매니저와 인터뷰를 하고 서류에 싸인을 합니다. 파트너를 못 찾을 경우 어떤 동물로 변하겠느냐는 질문에, 데이비드는  랍스터를 선택합니다. 랍스터는 100년을 살고 끊임없이 번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근시인 데이비드는 절름발이 남자 ‘존’, 혀짤배기 남자  ‘로버트’와 친해집니다. 모두 45일 안에 여자와 커플을 이루어야 합니다.

여자들 중에는 ‘코피 흘리는 여자’, ‘비스킷 먹는 여자’, ‘냉혈한 여자’등이 눈에 띕니다. 그녀들도 어떻게 해서든 남자와 짝을 이루려고 애씁니다.

호텔에서의 일상은 엄격한 규율에 따라 흘러갑니다. 남녀가 서로 눈이 맞을 수 있도록 댄스 파티도 열립니다. 존과 로버트는 적극적으로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데이비드는 무심하고 수동적입니다.

존은 ‘코피 흘리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얼굴을 벽에 부딪혀 코피를 흘리고, 둘은 공식적인 커플이 됩니다. ‘비스킷 먹는 여자’는 데이비드에게 구애를 했지만 반응이 없자 창문에서 뛰어내립니다. 45일동안 마음에 드는 남자를  못 찾은 한 젊은 여자는  당나귀로 변해서 숲속에 버려집니다.

다급해진 데이빗은  자신도 성격이 포악한 척해서 ‘냉혈한 여자’와 커플을 이룹니다. 하지만 여자가 데이비드의 개(형)를 죽인 것을 보고 욕실에서 울다가, 거짓으로 짝을 맞춘 것이 드러나 호텔에서 도망칩니다.

데이비드는 숲속에서 일단의 ‘외톨이’그룹을 만납니다. 짝짓기에 실패하거나 반대해서, 호텔에서 도망친 남녀들입니다. 데이비드는 그들과 합류합니다. 각자 사냥을 해서 숙식을 해결하는 자유로운 공동체이지만, 이 곳도 엄격한 룰이 있습니다. 남녀간 연애 금지입니다. 몰래 연애하다가 발각이 되면 혹독한 체벌을 받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여기서 아름다운 ‘근시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을 하면서 행복한 두사람은,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면서 둘만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둘은 숲을 떠나 도시로 가려고 계획을 세웁니다. 커플들은  도시에서 공권력의 보호를 받고 각종 혜택을 누리며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외톨이’ 그룹의 리더는  ‘근시  여인’에게 눈수술을  받게해서 장님을 만듭니다. 데이비드는 리더를 묶어 구덩이에 던지고 , 앞 못보는 여자의 손을 잡고 도시로 나갑니다.

발칙하고 웃기고 충격적인 블랙코미디입니다. 영화 내내 가슴 한켠이 서늘한 게 마치 스릴러물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스토리같지만 설득력이 있고, 씁쓸하게 공감가는  부분도 많습니다.

짝을 못 이루면 동물이 된다. 한마디로, 사람 구실 못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집안 어른들이 명절때 마다, 미혼자녀들에게 하는 말과 별로 다르지도 않습니다. 개인의 감정과 선택이 무시된 강제적인 관념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고통과 상황이, 너무 진지하고 절박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옵니다. 장엄한 음악과 긴박한 순간의 슬로우 모션등이  관객들을 끝까지 붙잡습니다.

40파운드나 살을 찌우고 데이비드를 연기한 ‘콜린 패럴’, 전 과정을 맨 얼굴로 연기한 배우들, 조명없이 자연 빛을 최대한 살린 촬영 등으로 화면이 서정적이고 비장미가 있습니다. 68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