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로켓맨 (Rocketman 2019)

331

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대학 들어가서 첫 미팅을 했다. 귀밑에서 겨우 몇센치 길어진 단발머리에 고3때 찐 살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항공운항과에 들어 간 고등학교 동창이 자기들 단체 미팅에 한명이 빈다며 사정을 했다.

미팅 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여자애들은 전부 날씬하고 화장도 했고 옷도 잘 차려입었다.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앉아 있는데 엘튼 존의 “Goodbye Yellow Brick Road”가 흘러 나왔다. 말이 없던 내파트너는 가사를 한구절씩 읊으며 해석을 했다. 영어 가사를 통째로 외우는 그애가 대단해 보였다. 그날 이후로 엘튼 존의 히트곡들을 열심히 찾아 들었다. 가사와 멜로디가 아름답고 격정적이지만 어쩐지 슬프고 외로운 느낌이 묻어났다. 지금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가득한 열여덟의 어린 내가 생각난다.

  ‘레지날드(레지) 드와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애정 표현이 전혀 없는 아버지는 공군 복무로 자주 집을 비우고 남편이 못마땅한 엄마는 아들에게도 냉랭하다. 함께 사는 외할머니만 레지를 살펴주고 격려한다. 레지가 10대때 부모가 이혼하고 그의 재능으로 왕실 음악학교에 입학한다.

성인이 된 레지는 동네 술집에서 연주를 하고, 흑인 보컬 그룹의 백업 뮤지션으로 일한다. 그러다가 ‘딕 윌리엄스’ 음반 회사의 매니저 ‘레이’의 눈에 띄어 작사가인 ‘버니 터핀’을 소개받는다.

레지는 이름을 ‘엘튼 존’으로 개명하고 버니의 가사에 곡을 입혀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든다. 작사에 뛰어난 버니는 엘튼의 재능을 알아보고 신뢰와 우정으로 그를 아낀다. 엘튼의 ‘Love Song’을 들은 사장 윌리엄스는 앨튼을 LA의 유명한 클럽 ‘트루바두어’에서 공연하게 주선한다. 독특한 복장과 매너로 열창한 엘튼은 관객들은 사로잡고 첫 미국 공연은 성공한다. 공연 축하 파티에서 엘튼은 매력적인 음악 매니저 ‘존 리드’를 만난다.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던 엘튼은 리드와 하룻밤을 보낸 뒤 그에게 빠진다.

이후 엘튼은 부와 명성을 얻고 수퍼스타가 된다. 엘튼은 자신을 키워 준 레이를 버리고, 애인인 리드를 매니저로 고용한다.

오만하고 교활한 리드는 엘튼을 조종하고 사치와 방탕한 생활로 이끈다. 엘튼은 술과 마약에 손을 댄다.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목말라하는 엘튼은, 재혼한 아버지가 새로 꾸민 가정에서 얻은 아들들만 사랑하는 것을 보고 절망과 배신을 느낀다. 어머니도 자신을 비난하고, 리드는 다른 남자와 바람 피우고 엘튼을 돈버는 기계로만 취급하자 치사량의 마약과 술을 마시고 풀에 뛰어든다.

엘튼은 구조되지만 리드는 회복도 안된 엘튼에게 무대에 설 것을 강요한다. 버니는 리드에게 이용당하는 엘튼에게 충고하고 떠나는데, 자포자기에 빠진 엘튼은 처방약과 술을 복용하고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 겨우 깨어난 엘튼은 스스로 약물중독 치료센터에 들어간다. 회복중인 엘튼에게 버니가 찾아 와서 새로 쓴 가사들을 전달하고 엘튼은 피아노 앞에 앉는다. 엘튼 존은 그후, 거의 30년을 약물과 술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고있다.

결혼하고 두 아들을 키우며 여전히 노래하고 연주하는 수퍼 스타이다. 배우 ‘태론 에저턴’의  불꽃같은 연기가 감동적이다. 환상을 가미한 뮤지컬이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트리지만 사랑에 굶주린 음악 천재의 외로움과 아픔, 거기서 탄생한 명곡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귀에 익은 곡들이 관객을 압도한다. 지금은 늙고 살집이 붙은 엘튼 할아버지가 왠지 애틋하고 정감이 간다. 부디 오래 살아 좋은 곡들을 더 많이 만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