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비우티풀(Biutiful: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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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멕시코 출신 감독 ‘알레한드로 이나리투’는 만드는 영화마다 비평가, 관객들의 찬사와 중요한 상들을 휩쓸었다. “버드맨”과 “레버넌트”로 연이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는데, 그 직전에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찍은 영화가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이 담긴 스토리와 유려한 촬영이  훌륭하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과 변두리의 싸구려 아파트, 길거리의 행상들이 있다. 주인공 ‘욱스발’은 어린 아들과 딸을 혼자서 키운다. 그는 중국인 밀입국자들의 직업을 알선하고 그들이 만드는 짝퉁 가방을 아프리카인 노점상들에게 떼어주는 중간 브로커다. 불법을 행하면서 돈을 벌지만, 욱스발은 양심적이고 진지하며 영적이다. 아이들에게 헌신적이고 헤어진 아내를 아직도 사랑한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삶으로부터 버려진 고아들 같다. 힘없는 동족을 착취해서 돈을 버는 중국인 사장은 자신이 게이인 것을 숨기고 애인과 이중 생활을 한다. 행상의 리더격인 세네갈 출신 ‘에크헴’은 욱스발의 경고를 무시하고 정해진 지역을 벗어나 장사를 하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본국으로 송환된다. 에크헴에게는 아내 ‘이헤’와 돌이 된 아들이 있다. 욱스발은 남편을 따라가겠다는 이헤에게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남을 것을 권한다. 욱스발의 아내는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조울증 환자에다 마약 중독자다. 욱스발 자신은 전립선암에 걸려 살 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피가 섞인 오줌을 누면서 고통스러워 하지만 바쁘고 복잡한 일상때문에 쉬지도 못한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형은 그의 사업 파트너인데 욱스발의 아내와도 잠자리를 한다.  이들의 삶은 거칠고 고단하고 무겁고 비정하다.

욱스발은 죽은 자의 영혼과 교통하는 능력이 있다. 슬퍼하는 가족에게 죽은 사람의

얘기를 대신 전해주고 그 댓가로 돈을 받는다. 그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어린 자식들이 걱정되고 그 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도 괴로워한다.

욱스발과 형은 중국인 노동자들을 공사 현장에서 일하도록 주선한다. 노동자들은

사장의 건물 지하실에서 잠을 자는데 사장은 저녁마다 밖에서 문을 잠근다. 욱스발은 지하실이 밤에는 몹시 추운 걸 알고 개스 히터를 몇 개 사서 갖다 준다. 그날 밤 환기가 안되는 지하실에서 노동자들 전부 개스 중독으로 죽는다. 사장은 시체들을 바다에 내다 버리고 이튿날 아침 해변에는 파도에 밀려 온 시체들이 둥실거리며  떠다닌다. 욱스발은 돈을 아끼려고 싸구려 히터를 산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통곡한다.  죽음이 가까워짐을 느끼면서 욱스발은 에크헴의 아내 이헤에게 자식들을 부탁한다. 남편이 세네갈로 쫒겨나고 살 곳이 없어진 이헤와 젖먹이를 욱스발이 자신의 아파트에 살게 했다. 이헤는 심지가 굳고 온유한 여자. 욱스발은 자신이 모은 돈 전부를 이헤에게 건넨다.

늘 고향에 가고 싶어하던 이헤는 돈을 가지고 떠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다.

죽어가는 욱스발의 시중을 들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고 음식을 만든다.

욱스발은 어린 딸에게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반지를 준다. 영화는 욱스발이

눈 덮인 숲 속에서,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아버지를 만나면서 끝난다.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아버지와 중년의 아들은 파도 소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이 장면은

또한 영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시작과 끝이 같은 것, 죽은 욱스발의 아버지와 남기고 갈 딸이 아버지의 반지로 이어지는 것. 삶은 죽음을 통해서 계속된다.

영화 제목 ‘Biutiful’은 욱스발의 딸이 소리나는대로 적은 단어이다. 틀린 철자법처럼 욱스발의 삶은 고통과 모순과 죄책감으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받고, 사회적 약자들을 연민을 가지고 돌보면서 임금을 착취하고, 영적인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지만 또 돈을 받는다. 육신과 정신의 세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등한다. 하지만 비우티풀의 뜻처럼 거칠어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식에 대한 지극한 부성애, 다치기 쉬운 인간의 정신과 사랑, 탐욕, 그리고 죽음. 선 굵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깊이있고 사무치는 연기를 한다. 그해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였던 작품.  슬프고 아름다운 음악,  물 흐르는 듯한 촬영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