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슬픈 남자, 조커(Jok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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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나에게 최고의 조커는 1989년작 배트맨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이다. 사악함, 지성, 시니컬한 유머와 언뜻언뜻 내비치는 천진함까지 모든 면에서 배크맨을 능가하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2008년 “더 다크 나이트”에서 사후 오스카를 받은 ‘히스 레저’의 조커는 훨씬 폭발적인 악의 화신이었다. 영화 내내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을 일으켰다. 연기파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무려 52파운드를 감량하고 열연한 신작 조커는 어둡고 슬프고 인간적이다. 이렇게 다른 조커라니, 각본까지 쓴 감독의 대담한 시도와 영육을 불사르는 연기를 펼친 배우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내게 된다.

1981년 ‘고댐’시티. 도시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실업자들이 넘쳐 난다. 청소부들 파업으로 거리마다 쓰레기들이 쌓이고 쥐들이 득실댄다. 낡은 아파트에서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는 ‘아서 플렉’은 파티 어릿광대로 일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꿈이다.  소심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아서는 웃음 조절이 안되서 사람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다. 아서가 불량배들에게 폭력을 당하자, 직장 동료가 호신용으로 권총을 건넨다. 아서는 저녁마다 ‘머레이 프랭클린’ 토크쇼를 보는데 언젠가 그 쇼에 출연하는 것이 소원이다.  어머니가 백만장자 ‘토머스 웨인’에게 쓴 편지를 읽고 그가 친부 라고 생각한 아서는 웨인가를 찾아가지만 냉대를 받는다. 과거 어머니가 입원했던 정신 병원의 기록을 훔친 아서는 자신의 입양 사실과 어렸을 때 계부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밤늦은 지하철에서 광대 복장의 아서는 잘 차려입은 웨인 컴퍼니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가지고 있던 총으로 세명을 사살한다. 이 사건으로 정체불명의 광대는 못가지고 소외된 자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도시 곳곳에서 데모와 폭동이 일어난다. 고댐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시장 후보에 나선 웨인 부부는 폭도들에게 피살되고, 어린 부르스 웨인(배트맨)만 현장에서 살아 남는다. 아서가 공연 현장에서 자신의 웃음을 통제 못하고 고전하는  비디오가 인기를 얻자 머레이는 아서를 그의 쇼에 초청한다. 풀메이크업을 한 아서는 자신을 조커로 소개하고 소외된 자들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현 사회와 가진 자들에 대해 맹렬하게 비난한다. 아서의 좌절과 분노는 피범벅 폭력으로 폭발하고 현장은 생생하게 중계된다. 경찰에 끌려가던 아서는 그와 똑같은 분장을 한 수많은 조커들에 의해 구출되는데, 그토록 원하던 군중의 인정과 갈채를 받으며 홀로 춤을 춘다.

영화는 무겁고 괴롭고 연민을 일으킨다. 아서가 서서히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에 감정이입이 저절로 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 회색의 디스토피아적인 고댐시티가 낯설지 않다.  강렬한 대비의 노랑, 주홍, 초록의 복장으로 하얗고 붉은 얼굴의 조커가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압권이다. 불안하고 비장한 음악 역시 뛰어나다.

우리가 사는 현재와 공통분모가 많아 여러 생각을 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