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페이버릿 (The Favourit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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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멕시코 영화 ‘로마'(ROMA)와 함께 올해 아카데미상 최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를 소개한다. 블랙 유머와 독창적 상상력으로 인간의 욕망과 위선을 실랄하게 풍자하는 그리스 감독 ‘요고스 란티모스’의 작품이다.

1708년, ‘앤’여왕 통치하의 영국은 프랑스와 전쟁중이다.

17명의 자식을 모두 잃은 앤은 건강도 나쁘고 고독하고 신경질적이고 정치엔 관심이 없다. 한쪽 다리는 원인 모를 염증으로 고통스럽고 휠체어를 타야한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거나 죽은 자식들을 대신해 키우는 17마리의 토끼들 빼고는 낙도 없다. ‘말보로’ 공작부인인 ‘사라’는 앤의 곁에서 그녀의 변덕스러운 성질을 맞추며 여왕을 대신해 의회를 조종한다. 사라는 앤의 절친한 친구이자 오래된 애인이다. 영주들에게 토지세를 올려서 전쟁 경비를 충당하려는 사라는 의회의 젊은 리더 ‘할리’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다. 한편 사라의 가난한 사촌 ‘애비게일’이 궁정의 하녀로 들어온다. 한때 귀족이었지만 아버지가 노름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애비게일은 부엌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들에서 채취한 약초로 앤의 다리 통증을 낫게 한다. 사라는 눈치빠르고 부지런한 애비게일을 자신의 조수로 승진시킨다. 애비게일은 사라의 곁에서 그녀를 보좌하면서 신분 상승의 욕망을 꿈꾼다. 사라가 정무에 바쁜 틈을 타 온갖 기교로 여왕의 마음을 얻고 결국은 잠자리까지 같이 한다. 애비게일은 할리와 손을 잡고 사라를 제거하기로 한다. 격노한 사라가 자신을 내치려고 하자 사라의 차에 독을 탄다. 사라는 말을 타고 가다 떨어져 심한 부상을 입고 사창가에서 구조된다. 사라가 없어지자 앤은 걱정과 배신감으로 어쩔 줄 모른다. 할리는 앤을 설득해 애비게일을 귀족과 결혼시킨다. 흉터투성이로 돌아온 사라는 애비게일의 음모를 앤에게 고하지만 앤의 명으로 궁을 떠난다. 애비게일은 사라가 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앤은 사라 부부를 영국에서 추방시킨다. 애비게일은 권력과 사치를 탐닉하며 궁중 생활을 즐기고 앤은 고통 속에서 사라를 그리워한다.

실존 인물이었던 ‘사라 처칠'(처칠 수상의 직계 조상)과 앤여왕의 비밀스러운 관계와 당시 영국 정세가 맞물려 재미있고 화려하다. 권력의 최정점인 앤은 자신이 못 생겼고 모두가 자기를 떠난다는 열등감으로 늘 외롭고 불행하다.

지략과 우아함을 갖춘 사라는 여왕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업고 영국을 통치한다. 살아남겠다는 절박함으로 무장한 애비게일은 자기를 거둬 준 은인을 짓밟고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한다. 세 여인이 펼치는 힘과 애정의 힘 겨루기가 웃기고 원초적이고 씁쓸하다. 남자들은 단지 여인들의 눈치나 보는 비겁하고 무능한 존재들로 비쳐진다. 세 여주인공의 앙상블이 뛰어나고 의상, 셋트, 촬영도 눈이 부시다.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기차게 묘사한 음악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