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 세상] 작별(The Farewel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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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지난 주 화요일 새벽 엄마가 돌아가셨다. 코로나때문에 나도 둘째 동생도 캐나다 사는 남동생도 나가지 못했다. 서울 동생이 장례를 치루고 엄마는 아버지 곁에 묻히셨다. 나도 다 큰 자식을 셋이나 둔 엄마지만 내 엄마를 보내는 건 슬프고 기가 막히다. 형제들의 기둥이고 돌아갈 고향이고 삶의 쉼터였던 엄마와 영원한 작별을 했다. 중국계 여류 감독 ‘룰루 왕’이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수작을 소개한다. 삶과 죽음, 부모 자식간의 사랑,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의미등이  중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작가 지망생 ‘빌리’는 6살때 부모와 뉴욕으로 이민왔다. 장춘에 사는 친할머니 ‘나이 나이’와는 지금도 자주 전화를 하면서 가깝게 지낸다. 건강 검진중에 할머니가 폐암 4기이고 살 날이 몇달 남지않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모할머니는 이 사실을 할머니에게 숨기고 뉴욕과 일본에 사는 조카들에게 알린다. 빌리 부모와 일본에 사는 큰아버지는 가족과 친척들이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큰아버지 아들 ‘하오 하오’와 그의 만난 지  석 달밖에 안된 일본인 여자 친구 ‘아이코’의 결혼식을 장춘에서 올리기로 결정한다. 빌리의 엄마는 고된 이민 생활에 감정이 메말랐고 아버지는 술을 마시며 슬퍼하지만 모두 장춘으로 떠난다. 중국의 풍습은 곧 돌아가실 부모에게 사실을 숨기는 것. 할머니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빌리는 결혼식 불참을 권고받지만 할머니에게 간다. 손녀딸과 손주, 아들들을 만난 할머니는 신이 나서 결혼식을 준비하고 끼니마다 온갖 음식으로 식구들을 먹인다. 할머니를 보며 괴로운 빌리, 일본에서 성공하느라 홀어머니를 찾지 않았다며 자책하는 큰아버지, 밤마다 술 마시는 아버지, 중국말은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코와 순둥이 하오 하오.  그들의 속내를 모르는 할머니는 자손들과 바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드디어 하오 하오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치뤄지고 가족들은 끝까지 사실을 숨긴 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빌리는 혼자 남은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본다. 중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시장과 거리 모습들이 친근하다. 대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먹고 마시며 옛날 얘기 나누는 모습도 정겹다.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가 빌리를 맡아 감정적으로 뛰어난 연기를 보인다. 중국 대배우 ‘쟈오 슈젠’의 사랑많고 유쾌한 나이 나이는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조화가 훌륭나고 아름답고 섬세한 촬영과 음악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