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급증에 달라진 아시아계 2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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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아계 대상 증오·폭력 사건 급증으로 아시안 2세들이 전통적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자세와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Carolyn Fong for The New York Times]

증오 피해방지 위해 부모 세대 보호 적극 나서
아시안 부모·자녀 간 전통적 역학관계 달라져
인종차별 및 폭력에 대한 대화 늘리려 노력

팬데믹 초기 엘렌 리는 부모가 그로서리 샤핑을 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장보기를 대신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들은 거절했다. 요즘은 그들이 볼 일을 보러 다니면서 폭행을 당할까봐 걱정이 되어 조심스레 물어본다. 중국계 저널리스트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리(44)는“그들은 독립적이고 싶어한다. 부모가 자식인 나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70대 중반인 그녀의 부모는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의 차이나타운에 가지 않고 근교의 차이나 타운으로 가서 에그 타르트와 로스트 덕과 같은 요리를 사다가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오히려 나에게 화살을 돌려 ‘걱정해야 할 사람은 바로 너’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계 노인이 강도를 당해 사망한 곳에서 몇 마일 떨어진 오클랜드 힐스 주택에 살고 있는 그녀에게 이웃이 안전하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할 것이 뻔하다. 최근 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피해자 8명(한인과 중국계 6명)이 사망하고 미 전역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면서 아시안 아메리칸 가족 구성원들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장자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안 아메리칸은 1,800만 명 이상으로 이중 대략 4분의 3에 달하는 성인들이 해외에서 태어났다. 이는 미시간대학 교수이자 브루킹스 연구소 펠로우인 인구통계학자 윌리엄 H. 프레이가 센서스국이 실시했던 2019년 아메리칸 커뮤니티에 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데이터로 이민정책의 역사와 최근 이민 추세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세대간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녀와 손자들과 인종차별 및 폭력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연장자들이 구사하는 모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서비스 제공업체인 ‘연장자를 위한 셀프-헬프’(Self-Help for the Elderly)의 최고 경영자인 애니 청은 “솔직하게 직접적으로 말하라”로 조언한다. 그녀는 “이를테면 ‘나는 당신이 걱정스럽다’ ‘은행에 갈 때 알려주면 잠시 시간을 내겠다’ ‘그로서리 샤핑을 할 때 함께 가자’ 등 도움을 제안하도록 하라. 아마도 받아들여지지 않겠지만 관심과 배려가 그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 아메리칸 성인들은 최근 발생한 아시안 공격에 대한 우려로 연장자 가족들을 찾아 다닐지 모른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거주하는 31세 한인 에밀리 지씨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온라인 기금 모금과 더불어 비판적인 역사적 분석 및 기타 노력을 기울이며 매우 빠르게 결집력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는 피해자들을 찾아 오클랜드 집회에 참석할 계획을 세웠다. “잊혀지지 않도록 확인해야 한다. 행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할머니, 이모,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다는 그녀는 모두들 희생자가 마지막 순간에도 “내 아기들은 어떻게 하나? 누가 그들을 돌볼까”라 걱정을 했을 거라 짐작했다고 했다. 지씨는 희생당한 아시안 아메리칸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듣고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스스로가 당한 일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당신의 할머니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은 기물 파손과 기타 범죄를 직접 당하며 이미 고통을 겪었을 수 있다. 이스트베이 한인 커뮤니티 센터의 준 리 사무국장은 “폭력에 대한 1세대의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증오 범죄를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인종적으로 동종 국가에서 온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묻지마 살인처럼 보일 수 있는 시스템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그들 자신의 권리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 아시안들은 침묵하는데 능하지만 이 상황에서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화는 전통적인 부모-자녀의 역학 관계를 뒤집는 힘들지만 애정 어린 통과 의례이다. 독립적이고 싶어하는 부모는 자녀가 하고 있는 그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을 털어내야 한다. 샌호세의 아시안 아메리칸 문제 전문 치료사인 리아 후인은 연장자들이 계층적인 사고에 젖어 있다면 동등하다고 생각하거나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조언을 선호할 수 있다. 의사, 목사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성인 자녀들에게 권유한다.

리아 후인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항상 ‘파도를 일으키지 말라,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는 말을 들어왔다’”고 설명하면서 “이제 우리가 수년 간 말하지 못했던 감정, 외로움을 느끼며 ‘이 문제로 힘든 사람은 나뿐인가?’하고 궁금해했던 상황들이 표면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혼자만이 아니다. 최근 애틀랜타 총격사건이 일어나기 전 실시된 퓨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안 아메리칸의 약 42%가 이 나라의 아시아인들이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2020년 미국에서 아태계 주민들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을 추적하기 시작했던 단체 ‘아시안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에 따르면 2020년 3,292건의 신고를 받았고, 2021년 애틀랜타 총격사건 전까지 503건이 보고되었다.

11월 어느 날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아침 일찍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31세의 대만계 딘 첸이 권총 강도를 당했다. 그녀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강탈한 사람은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바닥으로 밀친 후 총을 번쩍였다. 그녀가 전화기를 건네자 그와 공범은 차를 타고 떠났다. 그 후 몇 주 간 오클랜드 경찰국은 아시안과 라틴계 커뮤니티를 표적으로 삼은 용의자들과 함께 폭행 강도 사건이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첸은 부모와 현실에서 필요한 안전 수칙을 공유하면서 차를 타고 내릴 때나 식료품을 꺼낼 때 경계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그녀의 부모는 친구들이 얼마나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쇼핑하러 가기가 두렵다고 말하는지를 언급할 것이다. 첸은 그녀의 부모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매우 아시안적인 반응으로, 그들이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어머니가 애틀란타 경찰을 “무능력하다”고 부르고 “인종적 편견”이 희생자들을 더 나쁜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엄마가 그렇게 깨어있는 것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부모는 딸이 자신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임은 뻔하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묘책”이라며 “사소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신이 제공하는 렌즈를 통해 뉴스를 읽기 시작하고 스스로 결론에 도달한다”고 첸은 강조했다.

이스트 베이 아시안 로컬 디벨롭먼트 기업의 이너 치우는 많은 질문을 하라고 제안한다.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더 많은 노인들이 백신 접종을 받으면 공원, 레크리에이션 센터 또는 다른 곳에서 다시 그룹으로 모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좋다. 치우는 “호신용 페퍼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며 ‘당신이 세상의 적’인냥 그렇게 고립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By Vanessa 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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