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화병에 대한 이해와 대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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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화병은 공정하지 못한 경우나 억울한 감정을 억압하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신체화되면서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으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이러한 화병은 남성 위주의 유교 전통을 강조하는 동남아나 우리나라 여성에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화병에 취약한 여성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현모양처형의 여성

우리는 주위에서 여성이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자신을 돌보고 배려하는 것은 뒷전에 두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잘하고, 자식을 위해서 헌신하는 여성을 현모양처라고 하면서 이러한 여성을 치하하고 심지어는 공덕비도 세워주어서 여성이 일방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살도록 사회적으로 조장해왔다. 그러나 현모양처형의 여성과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은 남들에게 잘해 주어도 받는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다른 행동으로 보답하기는 커녕 고맙다는 말도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서운해 하면서 속앓이하고 울화병을 경험했다. 자기를 희생하면서 타인 위주로 산 여성들은 내면에 서운함, 배려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배신감 등의 감정이 오랜 시간 쌓이면 이러한 감정이 신체화 되어서 화병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현모양처형의 화병에 대한 대책

필자가 현모양처형을 상담한 경험에 의하면 결론적으로 남편이나 자녀를 뒷바라지하면서 평생 즐기면서 살아가는 현모양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남을 배려해 주면 반드시 그만큼은 아니라도 나도 상대방에게서 배려 받고 싶은 본능이 있다. 자녀를 위해서 희생을 한 부모가 노년이 되면 머리로는 “내리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녀가 전화라도 자주 해주면서 부모에 관한 관심을 두기를 바라고, 부모에게 고마움을 표현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와 단절하면 서운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즉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족을 보살펴 주면 상대방에게서 관심과 배려를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현모양처의 삶을 살면서 화병을 경험하는 사람은 다음을 행동에 옮겨 보기 바란다.

1) 남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삶을 과감히 바꾸어라

화병에 취약한 현모양처는 남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마음이 강하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받지 못하면 이들에게서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필자가 상담하면서 인간관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인간은 남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잘해 주면, “그 사람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자신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손해를 끼치거나 실망하게 하면, “그 사람 정말 나쁜 사람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반응을 보인다. 즉 인간관계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자기중심적인 이기성이다. 즉 많은 경우에 인간의 판단이 공정하지 못하고 오류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걸고 충성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를 포함해서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의 판단과 인정에 매달리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남에게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기쁨조의 삶”이다. 남들의 시선이나 인정을 너무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남의 인정에 너무 매달려서도 안 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 의식을 정립하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내가 먼저 변해야 남들이 변한다.

현모양처형의 가장 큰 문제는 남들이 변하고 “독심술”을 해서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를 배려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좌절하고 원망하고 한을 품 기도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다. 인생의 진리는 “남들을 변화시키려면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그 연쇄 반응으로 남들이 변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표현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화가 나고 우울할 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 생각을 주목해서 들어보아라. “내가 남편에게 해준 것이 얼마인데, 그래도 고마움을 몰라요.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라는 생각이 스쳐 갈 수 있다. 즉 여기에 내가 바라는 답이 있다. 남편이 내가 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현해 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제 이것을 알아차렸으면, 내가 변해서 남편에게 욕구하면 된다. “여보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내가 아침저녁으로 당신에게 밥을 챙겨 주는데 고마우면 나에게 표현 좀 해주세요!”라고 요구를 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3) 내가 존재해야 남들을 배려할 수 있는 내가 존재한다.

비행기 여행을 하다 보면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이 교육 내용 중에 비상시에는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는데 자녀가 옆에 있어도 우선 자신이 산소마스크를 먼저 쓰고 나서 자녀나 다른 사람들이 산소마스크를 사용하도록 도와주라는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존재해야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지혜이다. 남들이 나를 여왕처럼 대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나를 소중한 여왕으로 대접하라. 즉 입고 싶은 것도 사 입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하고 싶은 여행도 해 보라. 내가 나를 소중하게 대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4) 내 욕구를 알고 표현하라.

화병의 근원은 내가 남들에게 해준 것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 그것만큼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그만큼 잘해 주지 않는 것에 있다. 즉 주고받는 것에 대한 인생의 원칙(Give and Take)이 잘 적용되지 않는 데 있다. 인간이 욕구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갖고 싶고(To have), 되고 싶고(To be and become), 하고 싶은(To do) 것이 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종이게 적어 가면서 반성해 보아라. 그리고 하루아침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두고 실천하려고 노력해 보아라.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늦지 않다. 남은 인생 이제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하면서 무엇을 실현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삶의 목표 의식이 없이 표류할 때, 우리는 우울증에 빠진다. 따지고 보면 노년에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과거의 삶을 돌아보면서 후회하고, 자신을 질책하고 절망적인 사고에 빠지는 사람들이다. 남은 인생 내가 어떤 삶을 살다가 후회 없이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