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화병에 대한 이해와 대책-3: 화병에 취약한 남성과 여성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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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 공공 화장실이나 학교 주변을 자발적으로 청소를 했는데, 이것이 담임 선생님에게 알려져서 고교졸업식에 도지사가 주는 모범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 모범생으로 자신의 삶을 살게 된 계기를 돌아보면 어머님께서 항상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남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기에 남들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어렵고, 남들에게서 착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았지만, 항상 남을 의식하면서 주위의 눈치를 봐야 했기에 내면적으로 항상 긴장되고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이처럼 주위에서 인정받고 칭찬을 받는 모범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은 타인을 위해서 때로는 희생적인 삶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사는데, 상대방은 나를 알아주지 않고, 왜 나만 항상 참고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내면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속앓이 하면서 화병에 취약하다.

▪화병에 취약한 사람: 모범생형의 특징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고, 선한 일을 알아서 하고 주위에서 “착하다”라는 칭찬의 말을 듣고 자란 사람들을 우리는 “모범생”이라고 부르고 흔히 “범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범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범생” 신드롬이 있다.

▸주위 사람들을 알아서 도와주고 착한 행동하기: “범생”은 소위 하는 말로 눈치가 9단이고, 주위 사람들의 요구나 욕구에 민감하고 상대방이 말을 안 해도 상대방의 욕구를 알아서 해결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알아서 자신이 남에게 잘한 만큼 남들이 알아주지 않기에 속상해 한다. 또한 내가 해준 것을 상대방이 고마워하지 않거나, 그가 원치 않았을 때 상대방을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오히려 욕을 먹는다고 생각하기에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처를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범생” 행동을 고치지 못하고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민감하고 칭찬받기를 좋아하기: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스트레스가 많아도 참고 견딘다. 오지랖이 넓고 커서 주위 사람들의 대사에 간섭을 많이 한다. 그러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히 하기에 피곤하고 지친 삶을 살고 있다.

▸남들이 요구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남의 일이라면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해 주는 삶을 산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보살피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진다. 당연히 아내는 “당신은 왜 남의 일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나와 가족을 돌보는 것은 뒷전이야!”라는 불평을 듣게 된다. 또한 자녀들도 애정 결핍을 느껴서 이러한 부모를 원망한다. 모범생들은 열심히 일하고 충실한 삶을 산다고 자부하지만 아내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잔소리, 불평, 불만을 들으니 화병이 날 수밖에 없다.

▸항상 남을 의식하고 기쁨조처럼 살아간다: 이러한 사람들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기쁜 표정을 짓지만, 내면으로는 남들에 대한 거절 감,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항상 불안하고 우울하다. 심신이 피곤하고 지친 삶을 살기에 힘들어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기보다는 타인 위주로 살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후회하고 힘들어한다. 이러한 얼울하고 화난 감정을 억압하다 보니 감정이 신체화해서 소화도 잘 안되고 수면 장애 등의 화병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모범생형 화병에 대한 대책

▸삶의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모범생들의 인생 가치관은 타인의 인정과 수용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이들은 타인에게서 인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내가 통제할 수 없으므로 상대방의 태도나 행동에 따라서 자신의 삶의 질이 항상 변하기 불안하고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남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스스로 나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삶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 영적으로는 본인의 신앙에 따라서 자신의 삶을 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범생의 가면을 과감하게 벗어라: 지금까지 “모범생”이라는 감옥에서 살아온 삶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삶은 도덕 발달 수준으로 보면 7~8살 아동기에 속하는 미숙한 수준이다. 남에게 선한 행동을 할 때, 상대방을 진정으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지, 상대방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배려라고 할 수 없다. 성경에 보면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버려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 같다고 했다. 타인에게 선하고 착한 행동을 할 때 진솔하고 솔직한 사랑의 태도로 해야 스스로 가치가 있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타인의 인정과 수용을 갈망하고 사는 사람들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에 대한 주인의식이 모자라고 타인을 자신의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들인 셈이다. 자신을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해서 타인에게 종속되는 삶을 살지 말고, 하루를 살아도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인 답게 살아야 한다.

▸ 타인의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은 주고받거나, 받고 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고 진리이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면 내 안에서 에너지가 방출되지만 채워지지 않기에 심리적으로 소진되고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그러나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내 안에서 삶의 균형이 깨지고 내면에 과부하가 일어나 심리적으로 배가 터질 수 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과감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내가 받았으면 적절하게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 내가 나를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돌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화병을 경험하는 사람은 타인 위주로, 타인을 자신의 주인으로 모시고 타인을 기쁘게 하는 기쁨조의 삶을 살고 있고 그 대가로 “현모양처” 또는 “모범생”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 헛되고 헛된 삶을 사는 것이다. 즉 “타인의 인정과 수용을 받아야 내 삶이 안전하다”는 생각의 감옥에서 사는 것이다. 이러한 감옥을 만든 사람은 자신이기에 이러한 감옥에서 스스로 해방시킬 수 있는 사람도 자신이다. 이제 다른 사람의 눈치 인정 수용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