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전 참전용사 모인 자리에 휘날린 일장기·아베초상화···이게 어찌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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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카고 케네디 공원 한국전 기념비에서 열린 휴전 69주년 행사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한인 세 분을 포함, 열 명의 참전유공자를 환영하는 자리에서 뜬금없는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추모식이 열린 것이다.
1930년 대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몸소 겪으신 세 분의 한인 참전용사들은 행사 도중 휘날리는 일장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1시간 남짓한 행사에서 무려 20분이나 계속된 아베 추모식은 일본 대리총영사의 감사 인사로 마무리 되었다.
행사장에서 한국전쟁 기념비를 가리고 선 일장기와 아베 초상화는 우리의 요청이 있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행사의 주인행세를 했다.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주최 측에 일장기를 내리고 한국전 기념비에 떡하니 올려진 아베 사진을 내려달라 항의했다.
이런 불상사에 가장 먼저 나서야 할 한국 영사관과 한인회는 항의는 커녕, 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참전용사 세분은 “히노마루(일장기)가 우리를 여기까지 따라온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미 주류 사회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유대계 미국인 관련 행사에 나치 독일의 범죄를 부정하고 군사력 증강을 외치는 독일 정치인을 추모하는 일 따위는 아마 지금의 미국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주최 측에 한국전 기념행사에 어쩌다 아베 추모식이 열렸는지 문의를 한 결과 “해당 추도식을 이끈 스태프들과 일본 영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왔다. 한국과 일본에 식민지 탄압과 같은 일이 있었는지 몰라 생긴 실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기념식에서 일어난 일로 심기가 불편했을 참전용사 어르신들과 한인 커뮤니티에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알려왔다.
연단에 선 초대 손님 명단은 어떻게 정해졌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국가 중 약 20개국의 대사관 및 지역 영사관에 연락해 참석여부를 묻는다고 했다. 한국 측 공식 인사의 참석은 지난 몇년 간 전무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시카고 총영사관에도 문의를 하였다. 이메일로 전해온 답변에는 이번 행사에 초청은 받았으나 공관 사정상 영사 참석이 불가능했다고 전해왔다. 아베 일본 전 총리 추모식 관련해서도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하이랜드팍 피해자 추모식에 덧붙여 진행된 아베 추모식은 어쩌면 지난 2015년 건립을 추진하다 조용히 잊혀진 시카고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현재 일어나고있는 소녀상 설치에대한 미주한인사회의 찬반 논쟁을 차치하고라도 당시 시카고 지역 한인사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모금운동을 벌인 소녀상 건립은 순수한 시카고동포들의 마음으로 추진되었던 사업이었다. 그런데 당시 설치 예정이었던 시 정부가 일본 커뮤니티의 반감을 살 것을 우려해 반대를 표해 설치가 무산되었다. 동포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소녀상은 갈 곳을 잃은 채 지난 수 년간 창고에 잠들어있다.
이번 아베 추모식과 소녀상 건립 무산 모두 한국 정부 측과 한인사회의 주요 인사를 포함한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커뮤니티 규모로만 본다면 일리노이주에 거주하고 있는 공식 인구수로 따져 한인은 일본계 아시아인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지만, 한국계에 비해 오래된 이민 역사와 지역 사회와 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일본계 주민의 입김을 무시할수 없다는게 주류 사회의 입장이다.
이민 2세, 3세에 이르며 미국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현지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영사관과 한인회 같은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축이 그들을 뒷받침 한다면 앞으로 이번 일과 같은 “실수”를 막을수 있지 않을까?
아픈 역사를 딛고 지금에 이른 대한민국과 한인동포사회가 관련단체들의 관심부족으로, 혹은 리더십의 부재로 이런 실수가 더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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