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가 옆동네에 살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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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언니 제니퍼(오른쪽)와 동생 재닌 자매.<알리사 포인터-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

40년 전 미국에 따로 입양된 한인 자매

비슷한 시기 우연히 DNA 검사 받아

생체정보사‘잠재적 친척 발견’극적 상봉

한인 입양아 출신 자매가 서로를 모른 채 불과 40분 떨어진 거리에 살아오다가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40년 만에 극적으로 해후해 훈훈한 화제를 낳고 있다.

일간지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지난 27일 조지아주 잔스 크릭에 거주하는 재닌 드쥬바니(42·한국명 한미선)가 체로키 카운티 캔톤에 사는 한 살 많은 친언니 제니퍼 프란즈(43·한국명 한미경)를 생체유전자 정보기술회사인 ‘23andMe’를 통해 수개월 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극적으로 만난 사연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생후 5개월 만에 뉴저지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재닌은 부모님과 오빠 3명과 함께 살면서 “버려졌던 내가 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해 왔다.

16살 때 양부모의 허락을 얻어 들여다 본 입양 기록에는 자신이 서울의 거리에 버려져 고아원을 통해 미국에 입양된 것으로 적혀 있었다. 그는 가끔 친부모에 대한 생각을 했지만 찾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이내 생각을 접었다.

나이가 들면서 과학의 힘으로 DNA 분석이 가능해지자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용기를 내어 분석을 의뢰했다. 생부모를 찾기 보다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정보 욕구가 더 강했다. 지난 5월 플라스틱 병에 침을 뱉어 봉인 후 우체통에 넣었다.
그는 열흘 후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삶을 통째로 변화시킬만 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당신 유전자의 47.9%가 제니퍼 프란즈와 일치하고, 당신 자매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흥분한 그녀는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아일랜드에서 여러 수단을 동원해 제니퍼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 연락했다.

역시 두 살이 채 되기 이전에 뉴욕의 가정으로 입양된 제니퍼 프란즈는 3살 때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사했다. 수줍음이 많던 제니퍼는 막내오빠가 10살이나 더 많아 아빠처럼 생각하며 자랐다.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남편이 갖다준 DNA 검사 도구를 이용해 분석을 의뢰했다. 그 역시 건강 정보나 얻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컸다.

아루바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제니퍼는 두 통의 이메일 연락을 받았다. 잠재적 친척이 존재한다는 23andMe의 연락과 바로 전혀 존재를 몰랐던 여동생 재닌으로부터 온 이메일이었다.

재닌이 보낸 “안녕, 내 이름은 재닌이고, 너와 내가 자매라는 결과를 통보받았어”라는 이메일을 보고 깜짝 놀란 제니퍼는 페이스북을 뒤져 재닌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이메일 연락처와 전화번호를 교환한 그들은 서로 유사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둘 다 모두 조지아주에서 불과 40분 사이 거리를 두고 10년 이상 거주했으며, 14살 나이의 딸이 있고, 축구팬이며, 패션과 스타일은 물론 맥주와 버번 위스키 취향도 비슷했다.

1970~80년대 미국에 보내진 한국 출신 입양아는 11만명 이상이다. 자매는 자신들을 입양시켰던 한국사회복지회(KSS)에 연락해 자신들이 1976년 8월23일 한미선(생후 5개월), 한미경(생후 18개월)이란 이름으로 고아원에 맡겨졌고, 미혼모였던 공장노동자 어머니가 양육을 포기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재닌은 원래 1개월 어린 다른 아이가 가야할 자리에 대신 입양된 사실이다. 입양 수속 중 아이가 죽자 그 아이 서류에 재닌의 정보가 적힌 채 미국에 보내졌다. 재닌은 이제까지 죽은 아이의 생일인 4월10일을 생일로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 자신의 진짜 생일이 3월5일이란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자매는 지난 6월18일 알파레타 아발론에서 첫 상봉을 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한 이 자리에서 둘은 말 없이 서로 포옹하며 “그동안 어디 있었냐”며 자매의 정을 쌓기 시작했다. 다음날 커피 만남을 통해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강한 유대를 확인한 자매는 친척들에게 서로를 소개하느라 몇 개월을 보냈다. 재닌의 집에 초대된 제니퍼의 엄마는 둘이 자매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함께 입양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둘 다 프리스쿨 교사 출신인 이들은 경력을 살려 ‘럭키 페니 파티 플래너스’라는 파티전문 비즈니스도 함께 시작했다. 이제 남은 한 가지 희망은 65세쯤 됐을 친엄마를 찾는 일이다. 친아빠는 2004년 작고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친엄마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 딸이 잘 지내고 있고, 40년만에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엄마에게 알려지기를 두 한인 입양아 출신 여성은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조셉 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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