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장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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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에스라 1장은 바사 왕 고레스의 조서로 시작됩니다. 자신에게 만국을 주신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고 명령하셨으니, 바벨론에 의해 포로로 잡혀왔던 유다 백성들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라. 함께 가지 못하는 백성들은 성전 건축에 필요한 예물을 드려라. 하나님께서 이방 왕을 도구로 삼아 행하신 일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런데 조서를 읽는 동안 의문이 생깁니다. 왜 하나님께선 조서를 성전 건축 명령으로 가득채우셨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성경 속에서 몇 가지 사건을 불러내 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건져내실 때로 돌아가 볼까요? 전능하신 하나님께선 단 한 번의 기적으로도 애굽의 바로 왕을 굴복시킬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10번의 재앙을 내리신 후에야 백성들을 건져내셨습니다. 애굽을 빠져나온 후에도 모세에게 이해하기 힘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가던 길을 돌이켜 홍해 쪽으로 가라시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장소는 애굽 군사들이 금방 따라올 수 있는 곳, 동시에 홍해 때문에 퇴로가 없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후 그곳에서 또 한 번 백성들에게 당신의 권능을 보여주셨습니다. 홍해를 가르신 겁니다. 출애굽의 전과정을 깊이 묵상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어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백성들을 그렇게 인도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의도가 뭘까요? 백성들의 가슴에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새겨주신 겁니다. 우상으로 가득한 애굽에서 430년을 사는 동안 형편없이 추락해있을 백성들의 영성을 먼저 회복하고 계신 겁니다. 애굽에서 육신이 빠져나오는 것 보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우선임을 보여주신 겁니다.

두 번 째 사례. 모세로부터 리더십의 바톤을 이어받은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있습니다. 할례를 행했습니다. 40년에 걸쳐 광야를 지나오는  동안 그곳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할례를 받지 못한 겁니다. 할례를 행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이 하나님의 언약 백성임을 다시 한 번 가슴에 되새겼을 겁니다. 동시에 가나안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도 떠올렸을 겁니다. 다음으로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애굽에서 한 번, 그리고 시내산을 출발할 때 한 번,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였습니다. 39년만에 절기를 지킨 겁니다. 유월절을 지키는 동안 출애굽 당시 보여주신 하나님의 성품들-전지, 전능, 신실, 사랑 등-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으로 전진해가기 전에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하고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한 겁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고레스 조서를 성전 건축 명령으로 채우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남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패망했던 이유는 하나님 대신 우상을 섬기고 하나님 말씀을 준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성이 무너져내리자 남유다와 예루살렘 성과 성전도 무너지고 만 겁니다. 이제 해방된 백성들이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는 겁니다. 해방감에 도취해서 돌아가는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선 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고 계신 겁니다. 성전 건축 명령을 통해, 새롭게 열어갈 역사의 출발점은 영성 회복 곧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가르쳐주고 계신 겁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최우선이라는 이 영적 원리는 신앙인이라면 꼭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진리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먼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삶이 되기 바랍니다. 예수님도 새벽 미명에 한적한 곳에 가셔서 아버지 하나님과 대화하심으로 하루를 여셨습니다.  교회에서든 일터에서든 무슨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도 먼저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그분의 대답을 듣고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 걸음 떼어놓을 때, 앞장 서서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는 복된 삶이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