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구원의 순서(예정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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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로뎀교회 담임

 

우리는 예정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생각할 수 없다. 우리에게 있어서 예정이란 미래에 무엇인가 할 것이라고 미리 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이해하는 예정의 의미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과거가 아닌 영원한 현재에서 모든 일을 계획하신다(영원한 현재형 동사로서). 그러니까 인간은 시공간 안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로 순차적으로 일을 하고 사건을 맡는다. 그 누구도 인간의 자유의지를 박탈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님이 예정하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차원 모형을 생각해 보자. 가장 작은 차원은 0차원으로서 하나의 점을 가리킨다. 점은 존재하나 가로세로와 높이 모두가 없으므로 차원의 값은 무(無)이다–0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혀 없다는 무(無)의 개념으로서의 0과 본질은 존재하나 그 형태가 없기에 무로 간주하는 두 가지 개념의 0이 있다–. 0차원이 무한대로 모이면 하나의 선(직선 또는 곡선)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1차원이다. 1차원에서는 앞과 뒤(x)가 있다. 바로 앞에 어떤 물체가 있으면 건너뛸 수 없다. 1차원이 무한대로 모이면 2차원이 된다. 2차원에서는 전후좌우(x, y)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2차원이 무한대로 모이면 3차원이 된다. 3차원에는 가로, 세로, 높이(x, y, z)가 있다. 3차원의 공간이 무한대로 모이면 4차원이 된다. 4차원에서는 가로, 세로, 높이와 함께 또 다른 축이(x, y, z, t) 있는데 이것을 시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의 본질은 같다. 시간은 공간이 순간으로 존재하지 않고 공간의 순간이 무한대로 연결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 사는 세상을 가리켜 4차원이라 부른다. 우리는 공간(가로, 세로, 높이)의 순간이 무한대로 있는 차원 속에서 살아간다. 4차원의 세계가 무한대로 모이면 5차원(x, y, z, t, A)이 되고, 5차원이 무한대로 모이면 6차원이 되며, 6차원이 무한대로 모이면 7차원이 된다. 이것이 차원의 개념이다.

이제, 1차원 세계와 2차원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정해 보자. 1차원 세계는 선으로서 이곳에 사는 사람은 앞과 뒤로만 움직일 수 있다–물론 시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이동할 수 없지만, 이해를 돕기위해 이 법칙을 깨보자. 2차원 세계는 면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은 사방팔방으로 움직일 수 있다. 2차원 세계에 사는 어떤 도둑이 1차원 세계에 와서 돈을 훔치고 달아나고 이를 1차원 세계의 경찰이 쫓고 있다. 도둑은 잡힐 것 같으니까, 왼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1차원 세계의 경찰은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까? 1차원 세계의 사람은 옆으로 갈 수도 없을뿐더러 옆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이 개념은 이해 불가능하다. 1차원의 존재는 이 현상을 단지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할 것이다. 그의 눈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2차원 또는 3차원의 존재는 이 현상을 보고 옆으로 움직였다고 할 것이다. 나중에 도둑이 잡혀서 경찰에게 취조받을 때, 눈앞에서 사라졌던 현상을 옆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가정해 보자. 1차원의 경찰은 어떻게 이해할까?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옆”이라는 단어는 1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니,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길은 단지 사라졌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사라졌었는가? 물론 아니다. 단지 그 도둑은 옆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저차원의 사람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용어로 낮추어서 말해야 한다.

유사한 비유를 2차원과 3차원의 모형에서도 설명할 수 있고, 3차원과 4차원의 모형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차원과 5차원 세계의 대조를 살펴보자. 4차원 세계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 오로지 한 존재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5차원 세계는 4차원 세계가 무한대로 존재하는 세계로서 같은 시·공간에 무한한 존재가 있다. 4차원에서의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순간으로 차원의 값은 무(0)이다. 그러나 5차원에서 현재의 값은 무한대로, 영원한 현재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5차원에서의 현재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순간이 아니라 시·공간을 가로질러 영원하다. 이는 마치 4차원에서의 순간이 끝없이 이어져 시·공간이 무한한 것과 같다.

만약 하나님의 세계를 5차원 정도로만–훨씬 더 고차원으로 가정할 수 있지만–억지 가정을 한다고 해도, 무한한 것처럼 보이는 4차원의 공간, 시작과 끝이 없어 보이는 시간,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역사, 눈물, 사랑, 미움, 불확실한 미래, 원인과 결과,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5차원에서 4차원의 값은 단지 순간으로 역시 0이다. 4차원의 시공간에서 이루어졌던 일(was), 이루어지고 있는 일(is), 그리고 이루어질 일(will be)은 5차원에서는 그저 순간으로서 완성된 일(be)에 불과하다. 하나님의 예정과 인간의 자유는 이런 관계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