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와 소통 14: 소통의 규칙(1)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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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목사(다솜교회 담임)

소통은 규칙에 의하여 지배됩니다. 그리고 소통의 규칙은 문화마다 상이합니다. 소통의 규칙은 문화 안에 속해 있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적당한 행위와 그 행위에 알맞은 반응을 설정해 줍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를 하면서 손님을 접대하는 규칙을 생각해 봅시다. 한국에서는 손님이 와서 접대를 하게 되면 모든 접대의 비용을 손님을 맞는 호스트 쪽에서 부담합니다. 이런 문화는 터키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터키식 접대는 믿기 어려운 정도로 후하다고 합니다. 반면 미국의 접대 규칙은 상당히 다릅니다. 손님이 찾아오더라도 대부분 식사나 접대 비용을 나눠서 같이 낸다고 합니다.

중국에 가면 식사 접대를 받을 때 반드시 음식을 남겨야 합니다. 만약에 손님으로 간 사람이 접시를 다 비운다면, 그것은 음식이 모자란 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합니다. 손님이 접시를 비우는 한 중국 친구들은 계속 새로운 음식을 내어 올 것입니다.

한편 중국의 접대 문화는 훨씬 더 복잡해서, 식사는 대부분 화합을 상징하는 원탁 테이블에서 한다고 합니다. 또 식탁에 앉는 자리가 다 정해져 있어서, 식사를 주최한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이 출입문을 바라보고 안쪽에 앉고, 두번째로 높은 사람이 식탁의 반대편 즉 출입문을 등으로 하고 앉는다고 합니다. 초대받은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이 주최한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의 오른쪽에 그리고 손님 중 두번째 높은 사람이 외쪽에 앉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식당의 종업원과 같이 식사를 섬기는 사람들은 누가 손님이고 누가 접대하는 분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식탁에서 가장 먼저 섬겨야 할 사람인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호주에 가면 사람들은 매우 자유롭고 격식이 없지만 식탁 앞에서의 예절은 꽤 까다로운 듯합니다. 일단 소리를 내면서 먹는 것은 조심해야 하고 또 음식을 더 먹으라고 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필자가 호주에 방문해서 호주 사람의 집에 머물렀을 때의 경험을 돌아보면, 그분들은 항상 자신의 접시에 담겼던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드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심지어 빵으로 자신의 접시에 남은 스프나 샐러드의 드레싱까지 깨끗하게 닦아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보수적이고 검소한 기독교인 가정들만의 특징이었는지 모르지만, 호주인들의 정갈하고 검소한 식탁 그리고 품격 있던 식사자리는 좋은 기억으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한인들 간의 접대는 세대 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 1세대의 접대는 이미2세대나 3세대가 느끼기에는 너무 과도한 접대 문화로 느껴질 것입니다. 반면 2세대의 접대는 1세대 미국식으로 매우 캐주얼하고 부담이 안가는 반면 1세대가 느끼기에는 뭔가 너무 간소한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접대를 주고받는 것이 때로는 지나친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정반대로 너무 소홀이 여김을 받는 것 같아 상처가 될 때도 있습니다. 각 문화간 그리고 세대 간의 서로 다른 소통의 규칙들을 잘 이해하게 될 때,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의 상처가 없이 더 깊은 소통을 이루어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